종단⦁종파 넘어
우리나라 불교는
모두 一佛弟子
선암사는 우리나라 불교
전체의 것
더 이상 다툼 벌이지 말고
화합하는 모습 보여야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데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좀 더 현학적인 의미로는 “처음에는 시비(是非)와 곡직(曲直)을 가리지 못해 그릇되더라도 모든 일이 결국에 가서는 반드시 정리(正理)로 돌아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우천염천(雨天炎天)에 굳이 이런 말을 꺼낸 이유가 있다. 지난 7월 7일 항소심인 광주고법이 10년 넘게 이어져온 전남 순천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 소유권 소송에서 1심에 이어 또 다시 태고종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광주고법 제1-2민사부(재판장 이수영, 박정훈⦁성충용 고법판사)는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가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와 당시 등기를 했던 조계종 선암사 전 주지를 상대로 낸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등기말소 항소심에서 “(등기 당사자인) 조계종 전 주지가 소유권 보존등기의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조계종 선암사는 사찰로서 실체가 없다. 태고종 선암사가 전래사찰로서 선암사 지위를 가졌기 때문에 태고종 선암사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인 만큼, (등기 당사자인) 조계종 전 주지가 소유권 보존등기의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의 등기말소대상은 대웅전 등 사찰 건물 20여 개 동, 약 2만6000㎡(약 8086평) 상당 종교부지, 826만4000㎡(약 250만평) 상당 임야 등이다.

이 같은 해묵은 갈등의 원인은 1962년 소위 비구 측 승려들을 중심으로 한 통합종단 대한불교조계종 창단으로부터 비롯된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새로 창단된 대한불교조계종만 인정한다는 방침을 펼쳤고, 전래적으로 전통 한국불교의 정맥을 이어받은 법륜사 측(현 태고종 측)은 이에 맞서 한국불교조계종이라는 종명으로 정식 종단 등록을 신청했으나 대한불교조계종과 종단 명이 비슷하다는 등의 갖가지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당시 선암사 재적 승 전원은 1964년 법륜사 측에 모두 귀의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그런 뒤, 1970년 법륜사 측 승려들이 주축이 돼 한국불교태고종이라는 종단 명으로 전래의 통합종단을 이어받았고, 같은 태고종 선암사 명의로 선암사 부동산 소유권보존등기를 했다. 그러나 조계종 선암사는 1972년 “선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사찰로 등록돼 있다”며 소유권 등기변경 절차를 밟았다. 이후 선암사는 등기상으로는 조계종 사찰로, 사찰내부 및 운영은 태고종 승려가 점유한 형태로 현재까지 수십 년 동안 갈등과 분규를 빚어왔다.

그렇게 선암사 소유권을 두고 태고종과 조계종이 1960년대부터 오랫동안 갈등과 분규를 이어오자 정부는 1970년 양 종단의 갈등과 분규를 멈추게 하기 위해 전남 순천시에 선암사 재산관리권을 위탁해왔다. 양 종단은 이에 지난 2011년 순천시가 가진 재산권을 공동인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과정에서 2014년 태고종이 조계종을 상대로 선암사 등기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2016년 7월 부적합한 등록절차 등을 이유로 선암사를 통합종단 조계종으로 등기한 것은 위법하다며 태고종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이상이 그간 선암사를 둘러싼 태고종과 조계종의 갈등 대강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놓고 태고종은 결코 양 종단의 시시비비와 허물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붓다는 화합중(化合衆)을 승단 최고의 실천목적으로 삼았고, 그 작동원리를 일불제자(一佛弟子)에 두었다. 그렇다. 종단과 종파를 넘어 한국불교인은 물론 전 세계 불교인은 한 부처님을 따르는 제자 또는 자식들이다. 따라서 한 스승, 한 부모 밑의 제자와 자식들이 갈등과 분규를 빚으면 불교는 물론, 붓다의 가르침은 그 존재의미와 가지목적을 완전히 상실하고 만다. 물론, 상대종단 측에서 대법원까지 소송을 계속 이어갈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상대종단도 더 이상 소모적인 법적다툼을 지양하고, 우리나라 전체 불교와 승단을 위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필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