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학자의 일에 관여하려면 비판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종교는 신성에 의하여, 법률은 권위에 의하여 그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비판철학의 창시자’인 칸트의 철학적 진단이었던 것이다. 그의 {순수이성비판]은 형이상학을 비판한 것이었고, 그의 {실천이상비판}은 실천철학(윤리학)에 맞닿아 있고, 그의 {판단력비판}은 미학 이론에 맞닿아 있다. 칸트의 ‘영구평화론’은 오늘날의 유엔헌장의 기초가 되었고, 그는 이 ‘삼대 비판철학서’를 통해서 전인류의 스승이 되었다고 할 수가 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죽이라는 부처의 말씀도 비판철학에 맞닿아 있고, 따지고 보면 칸트 역시도 부처의 제자에 지나지 않는다. 앎이란 새로운 앎이며, 이 새로운 앎은 뱀이 허물을 벗지 못하면 파멸하듯이, 자기 스스로 부처, 즉, 전인류의 스승이 되지 못하면 그의 앎이란 낡디 낡은 허물에 지나지 않는다. 어제의 부처와 오늘의 부처가 다르고, 오늘의 부처와 내일의 부처가 다르다. 열반과 해탈, 이 세상의 모든 고통과 번뇌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극락의 세계에 간다는 것은 그의 앎의 실천에 맞닿아 있다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안다는 것은 실천한다는 것이고, 실천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 목표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조국애의 정신’으로 한 사발의 독배를 마시고 죽어갔던 소크라테스, 그토록 낡디 낡고 열악했던 실험실에서 세계 최초로 ‘라듐’을 추출해내고도 그 어떠한 특허권도 행사하지 않은 퀴리 부인, 부자로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던 알프레드 노벨, 자연의 서기관이자 신학문의 개척자인 프란시스 베이컨,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오늘날의 복지정책을 창출해냈던 베버리지, ‘인류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공산주의 사상을 창시하고 그토록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갔던 마르크스 등도, 자기 스스로 부처가 된 성자들이며, 전인류의 스승들이라고 할 수가 있다.

아는 것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많이 아는 자는 부처(사상가)이며, 그는 언제, 어느 때나 지혜와 용기와 성실함과 함께 살아간다. 지혜로는 극락(이상낙원)의 세계를 상정하고, 용기로는 극락에 이르는 모든 난관을 다 극복하고, 성실함으로는 자기 자신의 한 몸을 희생시켜 전인류를 구원한다. 독일은 초등학교 때부터 철학을 가르치며, 해마다 전국민의 철학축제를 열고, 이 철학(사상)의 힘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로서 단번에 독일통일을 이룩해낸 세계제일의 일등국가라고 할 수가 있다. 칸트, 헤겔, 마르크스, 니체, 쇼펜하우어, 하이데거, 베토벤, 바그너, 괴테, 토마스 만, 메르켈 총리 등, 수많은 부처들을 탄생시켰고, 그 결과, ‘사상가의 민족’으로 찬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일본 제국주의탓으로 그토록 즐겁고 재미있는 ‘독서중심의 글쓰기 교육’은 커녕, 주입식 암기교육을 가르치며, 해마다 소위 유명인사들의 표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민국은 왜, 무엇 때문에 ‘학문 중의 학문’인 철학을 가르치지 않고 있는가? 불경과 성경 등, 그 모든 경전들은 철학적 성과이며, 철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이 최고급의 경전들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불경과 성경 등을 천만 번 읽고 그 경전들을 달달달, 다 외운다고 하더라도 그 경전 밖의 학문들, 즉, 정치, 경제, 문학, 예술, 철학, 정신분석학, 자연과학 등을 공부하지 않으면, 그는 결코 자기 스스로 전인류의 스승인 부처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날 일본도 주입식 암기교육을 포기하고 독서중심의 글쓰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오직 전세계에서 대한민국만이 일제식 암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경제관련 라디오 프로를 통해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문맹률 국가’라는 어느 미국인 학자의 말을 전해 들었다. 철학을 가르치지 않고 그토록 즐겁고 재미있는 독서중심의 글쓰기 교육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해서 얼굴을 들을 수가 없었다. 우리 한국인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철학을 공부하고, 마크르스, 칸트, 헤겔, 니체, 쇼펜하우어 등과도 같은 전인류의 스승들을 배출해냈다면 벌써 남북통일을 이룩하고 세계일등국가가 되었을 것이다. 탐욕은 만악의 근거라는 진리는 모든 경전들의 가르침이며, 철학자는 반드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죽이고, 자기 스스로 부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수많은 실패와 고통 속에 그토록 어렵고 힘들게 얻은 돈과 명예와 지식 등, 단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다 나누어 주고 떠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시인 ㆍ 애지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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