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들을 거치면서 필자는 왜 십악(十惡) 중에 말로 지은 업이 네 가지나 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정치인의 언어는 조립(assembly). 공작(maneuvering), 언어 성형(language cosmetic surgery) 등 3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조립은 비유를 통해 함축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조작은 후보자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위해 언어를 조탁하는 것이다. 언어 성형은 감성에 기대어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정치인의 언어는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이다. 진실과 거짓 중 후자에 가까운 줄 알면서도 대중이 정치인의 언어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말 속에 자신의 소망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불교계에서는 이러한 의도적으로 조작한 말을 쓰는 것을 미덕으로 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죄악시하고 있다. 십악은 살생(殺生). 투도(偸盜). 사음(邪婬). 망어(妄語). 악구(惡口). 양설(兩舌). 기어(綺語). 탐욕(貪欲). 진에(瞋恚). 사견(邪見) 등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죄악을 일컫는다. 거짓말인 망어나 욕설인 악구가 죄악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양설과 기어가 죄악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양설의 뜻에 대한 두 가지 견해가 있다. 하나는 이 사람에게 들은 말을 저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에 한 말을 현 시점에 바꾸는 것이다. 정보화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말을 옮기는 것은 정보의 공유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몰랐던 것을 뒤늦게 아는 것은 정신적 성숙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기어의 기(綺)는 비단 기이다. 즉, 기어는 비단처럼 예쁜 말이다. 자기 PR시대에 말을 예쁘게 꾸미는 것은 죄악이 아니라 미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양설과 기어가 죄악인 이유는 그 말 속에 진실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척도이다. 정치인의 언어에는 정치인이 살아온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 까닭에 정치인의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진정성일 것이다.

경선후보로서 한 말과 본선 후보로서 한 말이 다르다면, 유권자들은 그 후보자를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상대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에만 골몰하는 사람도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비단처럼 고운 말일지라도 사실과 다르게 꾸민 말이라면, 유권자들은 대번 그 말이 기어임을 알아볼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낙선한 정치인이 있다면, 진심직설(眞心直說)의 의미를 되새겨 보길 바란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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