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바일제법 제81~84조

효능 스님.
효능 스님.

바일제법 제81조는 동갈마후회계(同羯磨後悔戒)로 승가에서 여법하게 진행된 갈마에 찬성을 하였으나 나중에는 그 갈마에 대해 불평을 하며 이의를 제기하면 안 된다는 계율이다. 먼저 조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도 화합승에 의해 옷이 주어졌는데 후에 ‘비구들은 친후의(親厚意)에 따라서 승가의 소득을 회여(廻與)하였다’고 불평을 늘어놓으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의 인연담은 승잔법 제8조 무근방계(無根謗戒)를 다룰 때 아라한과를 증득하고 자청하여 지사비구 역할을 맡았던 답보 말라뿟따와 6군비구가 등장한다. 승가의 방사 배정, 공양물과 공양청의 분배 등으로 너무 바빴던 답보 말라뿟따는 자신의 옷을 수선하는 것은 고사하고 세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승가의 일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옷이 한 벌 보시되었는데 옷감의 경우는 나누어서 분배할 수 있지만 완성된 옷을 일부러 잘라서 비구들에게 나누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승가는 [백이]갈마를 통하여 그 옷은 답보 말라뿟따에게 주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갈마를 행할 당시에 답보 말라뿟따에게 옷을 주는 것에 찬성했던 6군비구가 갈마를 마치고 난 후에는 옷이 아까웠는지 ‘정에 이끌려 옷을 주었다’라며 불평을 늘어놓은 것이 계율 제정의 인연담이다.

본 조문은 한마디로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혹은 ‘사촌이 땅을 사니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라 하겠다. 삭발염의를 했으면 최소한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보통의 속인보다 못한 비열한 행위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일어남을 금할 수 없다.

바일제법 제82조 회여승물계(廻與僧物戒)역시 승가에 보시되는 물품과 관련 있는 조항으로 재가자가 승가에 물품을 보시할 때 이것을 미리 알고 재가자를 찾아가 시주물을 비구 개인에게 주도록 요구하면 안 된다는 계로서 조문은 다음과 같다.

‘갈마에 찬성 후 나중에 이의 제기’ 안돼

“어떠한 비구라도 승가의 소득으로 기진(寄進)된 것임을 알면서 개인에게 회시(廻施)한다면 바일제이다.”

여기서 ‘기진’이란 ‘기부함’을 의미하며 빨리어 율장에는 기진의 대상으로 세 가지를 말하고 있는데 승가(僧伽), 인도의 토속 신들을 모신 사당, 그리고 비구와 비구니에 해당하는 개인이다.

바일제법 제83조는 돌입왕궁계(突入王宮戒)로 비구가 왕궁에 들어갈 때 왕과 왕비가 아직 침실에 있는 경우에는 미리 알리고 가야 한다는 계율이다. 부처님께서는 비구가 왕비가 머무는 궁전(後宮)에 들어가면 열 가지 과실이 있다고 설하진 적이 있는데 핵심은 후궁에 들어간 비구가 의심을 받기 때문이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왕비가 임신하면 비구의 소행으로 의심을 사며, 진귀한 보물이 없어져도 의심을 사며, 왕궁의 비밀이 누설되어도 의심을 사며, 왕이 왕자를 죽이고자 하거나, 왕자가 왕을 죽이고자 할 때도 의심을 사며, 군대를 일으켜도 비구들이 후궁에 있으면 의심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바일제법 제84조 착보계(捉寶戒)는 비구가 승원 내를 제외하고 금은 등의 보물을 집어 들거나 혹은 집어 들게 하면 안 된다는 계율이다. 이는 한 바라문이 잃어버린 500금이 든 주머니를 어떤 비구가 찾아 주었는데 바라문이 사례금을 주기 싫어 그 주머니 안에는 1,000금이 들어 있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제계의 인연담인데 참으로 지저분한 적반하장이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