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보일. 1년 동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살아 유명해진 사람이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서 돈 없이 산 그를 인터뷰하고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영했으니 꽤 알려진 세계적인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실험을 기록한 책이 번역, 출판되어 알려졌다.

요즘 세상에서 돈을 쓰지 않고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숨 쉬는 것 외의 거의 모든 움직임은 돈 없이 유지하기 어렵다. 돈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마크는 왜 돈을 쓰지 않는 삶을 실험하려 했을까. 돈을 좇는 세상에 지쳤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유기농식품 회사를 관리하는 버젓한 회사에서 6년 동안 일했다. 이때 그는, 식품의 전 세계적인 이동, 플라스틱 포장, 버려지는 음식물을 보며 환멸을 느꼈다. 마크는 마침내 2008년 11월 말에 돈을 안 쓰는 생활에 들어갔다. 독신이었고, 서른의 나이였다.

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그는 주거 공간을 마련했다. 프리사이클을 통해 쓰지 않는 이동주택을 얻었고, 영국 남서부 브리스톨의 한 농가의 귀퉁이에 이동주택의 터를 잡았다. 장소를 사용하기 위해 그는 1주일에 3일을 일했다. 먹거리는 텃밭 재배와 야생 채취, 버려진 음식물로 해결했다. 요리는 프리스킬에서 배워 만든 로켓스토브를 이용했다. 태양열 패널로 난방을 해결하고, 노트북을 켰다. 자전거는 그의 이동을 도왔다.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과 멀어진 은둔의 삶이 아니었다. 친구들을 만나러 시내를 왕래하고 캠핑을 했고, 수신전용 휴대폰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일랜드에 사는 부모님을 방문하기도 했다. 자기의 생활을 알리는 홈페이지를 관리했다. 사람들과의 교류는 전과 다르지 않게 활발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돈을 멀리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힘써 일해 번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사업을 도모하라고 했다. “많은 재물을 얻으면 즐거이 스스로 쓰고, 부모를 공양하고 처자와 친척과 권속을 돌보며, 종들을 가엾이 여겨 돕고, 여러 벗들에게 보시하오. 때때로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공양해 훌륭한 복밭을 만들고 훌륭한 곳으로 향하여 미래에는 천상에 나오. 그는 많은 재물을 얻어 널리 씀으로써 몇 배나 큰 이익을 거두오.”

애초의 돈은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매개물이었다. 물물교환은 자기가 내놓을 물건을 들고 장에 가서 필요한 물건과 바꾸는 제도였으니 불편함이 컸다. 그러니 돈의 발명은 인간 지혜의 산물이었다. 지금의 돈은 교환매체 그 이상이다. 돈이 돈을 낳는 자본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돈의 흐름을 전문가들도 짚어낼 수 없다니 오묘한 존재가 되었다. 돈을 얻으려 사람을 해치고 자연을 훼손하고, 나아가 전쟁까지 불사하니 돈은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흉악한 물건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가 하면 많은 사람들이 돈을 움켜쥐려 하니 마력을 지닌 존재이기도 하다.

선수행자인 데이비드 로이는 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빗대 “금융기관들이 우리의 사원(寺院)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돈에 대해 중도적 관점을 제시한다. “돈을 내 것도 아니고 네 것도 아닌 에너지로 보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돈은 공하며 사회적으로 구성된 상징이다’라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세상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현명하고 자비롭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크는 1년 동안의 경험을 책으로 펴냈는데, 인세로 받은 목돈으로 땅을 장만해 공동체를 만들었다. 땅은 개인명의가 아닌 신탁을 해서 영구히 공동체의 터전이 되도록 했다. 마크 보일은 지금 자신이 세운 공동체에서 돈에서 빗겨나 살고 있다. 『본향으로 가는 길: 기술 문명 없는 삶의 이야기(The Way of Home: Tales from a Life without Technology)』를 후속작으로 펴냈다.

나는 왜 마크 보일을 들먹이는 것일까. 생활쓰레기 때문이다. 1주일에 한 번 버리는 종이, 비닐, 플라스틱, 병, 깡통 따위의 재활용 쓰레기의 양이 상당히 많다. 마크 보일의 생활은 평범한 일상인에게는 극단적이지만, 지금의 소비 규모를 반성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너무 많이 쓰고, 너무 많이 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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