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예술의 꽃으로 불리는 ‘영산재’는 인도의 영취산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법화경》설법을 듣는 장면인 영산회상(靈山會上)을 상징화한 의식이다. 이러한 의미를 지닌 ‘영산재’는 설법도량에 모인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환희심을 불러일으키고 법열(法悅)에 충만 된 분위기를 극적으로 재현한 것으로, 산 자와 망자가 다 함께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진리를 깨달아 이고득락(離苦得樂)하여 정토에 이르게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할 수 있다.

‘영산재’는 1973년 11월 '범패’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되었다가 1987년 11월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로 단체지정 되었다. 그 후로 봉원사가 주축이 되어 운영하고 있는 ‘영산재보존회’에서 ‘영산재’의 원형보존에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 ‘영산재’는 2009년 9월 30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되었다. 무엇보다도 인류 보편적인 문화적 가치를 지닌 ‘영산재’는 종합적인 불교예술의 정수를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영산재’는 범음 범패의 음악적 요소,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 타주춤 등 작법의 무용적인 요소, 불보살의 모습을 그린 괘불과 감로탱화 등 미술적인 요소, 그리고 불보살을 찬탄하는 의식문 등 다양한 불교적 장엄 요소를 내재하고 있어 종합예술로 지칭되고 있다. 특히 ‘영산재’ 설행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불교음악과 작법, 회화, 게송 등의 연희적인 요소와 문학적 요소의 절묘한 조화는 장엄하고 화려한 미의식을 한결 잘 보여준다. 이러한 일련의 장엄 요소는 영산설법의 감격을 재연하면서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고, 영가와 참여 대중으로 하여금 부처님 설법을 듣고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핵심적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불교적 미의식을 문화적 주체로 보존하고 있는 ‘영산재’는 부처님의 덕과 가르침을 찬탄하는 다양한 의식문과 소리, 그리고 몸짓의 표현으로 장엄 미학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다. ‘영산재’ 의식절차에 수반되는 각 의식문과 범패, 작법무 등은 예경과 소통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의례구조는 불교음악(범음梵音)과 불교무용(작법무作法舞), 그리고 도량장엄(道場莊嚴 무대배경) 등이 한데 어우러져 신앙적 의례이지만 그 진행 절차가 예능적·예술적 기능이 효과적으로 가미됨으로써 의례문을 정연한 대본으로 한 가극의 형식을 지닌 예술적 요소의 장엄미를 가진 최고의 법석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칭해지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시대적 표준이 제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뉴 노멀(New Normal)의 핵심은 공공성, 공동선의 실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면, 불교 문화예술의 근간인 ‘영산재’만큼 불교를 알리고 불교를 통한 소통의 포교는 없을 것이다. 긴 터널의 어둠을 통과한 듯 코로나로 인한 고통의 시간을 뒤로 하고 불기 2566(2022)년 봉축표어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Back to the Life of Blossoming Hope)” 처럼 다시 시작된 일상은 우리 모두에게 치유이며 희망이기를 기원한다. 우리 불교가 갖는 지혜와 자비실천을 기반으로 현대인들의 상실과 아픔을 치유하고 새 시대의 희망을 영산재라는 불교 최대의 야단법석(野壇法席)을 통해 종교적 공감대· 종교적 체험과 성찰을 통한 깨달음의 여건이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에게 있어서 불교문화를 통한 소통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돌이켜보면, 부처님의 훌륭한 가르침을 담아내고 장엄하면서도 격조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깊은 깨달음까지 전해주는 영산재만큼 불교 문화적 가치 구현에 무게가 있는 행사는 없을 것이다. 올해 발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 그리고 코로나19로 침체 되었던 국가 경제가 올해 34회를 맞이한 영산회상에서는 세계평화와 국가안녕, 과거와 특정 지역, 특정 종단에 머물지 않는 소통으로 모두의 마음에 평화와 치유·위안을 주고 만 중생의 마음속에 다시 희망의 꽃이 피어나기를 기원한다.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 교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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