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전국 동시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은 50.9%로 집계됐다. 48.9%를 보였던 지난 2002년 3회 지방선거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20년 만에 최저 투표율이라고 밝혔다. 전남이 가장 높았고, 광주가 37.7%로 가장 낮았다. 대구도 40%를 겨우 넘겼다. 최대 승부처로 지목됐던 수도권은 서울과 경기가 50%를 웃돌았고, 인천은 48.9%로 나타났다. 사전투표율이 최고치를 찍으며 최종 투표율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기대치보다는 낮았다. 선관위는 대선 이후 석 달 만에 선거가 진행되며 유권자들의 관심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투표 결과 전국 17개 광역단체장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12곳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곳을 차지했다. 민심의 승리라며 여당은 환호했고 기대에 못미친 야당으로선 침울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향후 선거 이후의 국면이다. 국민은 새로운 일꾼을 선택했지만 그 배경엔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라는 심려를 담고 있음을 정치권에서 간과해선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은 이유도 엄밀히 성찰해 봐야 할 것이다. 그간 정치권은 진영논리에 빠져 국민의 삶을 외면했다. 코로나19로 심대한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며 하루하루를 어렵게 버티고 있는 국민의 일상적 삶은 아랑곳 않고 정치권은 서로 ‘내가 옳다 네가 그르다’며 연일 정쟁에 빠져 있었다. 국민이 이를 달가워할 리 없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듯 국민들의 외면과 무관심을 불렀다.

이제 중요한 건 서로에게 상처와 흠집내기를 멈추고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일이다. 또 다시 선거에서 이겼다는 자만심으로 정치폭주를 하거나, 선거에서 졌다고 앙심을 품고 대립국면으로 치닫는다면 국민의 실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여야가 협치해 상생과 화해의 앞날을 열어가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종교다문화비서관제 신설에 부쳐

대통령실에 종교다문화비서관실이 신설됐다고 한다. 새 정부가 종교계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하기 위해 이 제도를 신설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28일 7대 종단 지도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들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종교다문화비서관실을 통해 "종교계 목소리를 계속 경청하고 국정에 반영하도록 챙기겠다"고 강조했다고 전한다.

종교계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러한 종교계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의도는 국민통합을 기치로 새 국정의 비전을 제시하는 정부의 기획이란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다종교 다문화가 복합적으로 혼재하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자칫 종교다문화비서관제가 제 기능과 본분을 잃고 새로운 갈등과 대립을 야기하지 않을까 적이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실 직속으로 존재하는 종교다문화비서관이 기존 종교간 문화간 충돌을 얼마나 해소하고 지혜롭게 정책안을 만들어 건의할 지 아직은 초보단계다. 따라서 권력의 속성에 맞춰 역할하기 보다 종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며 종교계의 의견을 경청하는 게 옳다고 본다. 이는 다문화의 갈등 사회에서도 다르지 않다. 문화적 충돌은 권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러므로 종교와 문화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데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종교와 문화충돌은 시대적 상황이다. 이 점을 감안해 대통령실에서 새로이 적용하는 종교다문화비서관제에 대한 심도 있는 운용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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