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미남불. 그 이름이 특이하다. 자비로운 모습의 미남형 상호에 붙인 별명이다. 정식명칭은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불상 높이는 108cm, 어깨너비는 54.5㎝, 방형대좌는 93.5×91.1×24.5cm 크기다. 제작 시기는 9세기로 추정된다.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24호)로 지정됐고, 2018년엔 문화재청에 의해 보물(제1977호)로 승격됐다. 이 불상의 원래 자리는 경주 도지동에 있던 통일신라시대 사찰인 이거사(移車寺).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고 경주시가 용지를 매입해 발굴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여의찮은 상황이다.

2011년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 공개한 일제강점기 자료 〈신라사적고(新羅寺蹟考)〉에 따르면 도지리(道只里) 이거사 터에서 1913년에 조선총독부로 불상을 옮겼다는 내용이 있다. 경주금융조합 이사였던 오히라 료조(小平亮三)가 당시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의 관사가 있었던 서울 남산의 왜성대로 옮긴 것이다. 이후 1939년 경복궁에 총독관저(현재의 청와대 자리)를 새로 지으면서 지금의 위치로 다시 옮겨졌다.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고적도보〉5(1917)권에는 ‘경주 석조석가여래 좌상’으로 설명이 달려있고, 도판 설명에서는 “경주 모처에 있던 것으로 지금은 옮겨져 조선총독 관저에 있다. 당대의 수법과 양식 모두 아름다운 작품이라 할만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불상은 1994년 ‘종교편향적인 김영삼 정부가 청와대에서 없애버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2008년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불교계를 홀대하면서 청와대 미남불에도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자 한 개신교 단체는 “청와대에 불상이 있는 것 자체가 종교편향”이라며 당장 경주로 옮길 것을 촉구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문화재제자리찾기’라는 단체와 경주 지역 시민단체가 연대해 불상의 경주 이전 청원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최근 청와대 개방 하루 만에 미남불이 수난을 당하며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잠잠했던 경주 이전 요구도 대통령실에 청원서를 전달하는 등 재개되고 있다. 하지만 불교계는 무조건적인 이전 주장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옮겨 갈 곳이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문화재청은 이거사 터에 대한 명확한 고증이 이뤄진 뒤에 불상 이전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미남불이 혹여나 박물관으로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문화재이기 전에 신앙의 대상인 성보다. 불교계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까닭이다.

-월간불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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