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대표적인 제노사이드(집단학살)는 스탈린 치하 러시아가 공산혁명의 명분으로 1929부터 동족인 정치적 반대자 2천만 명을 살해한 사례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에서는 슬라브인 천만 명, 유대인 6백만 명, 어린이를 포함한 50만 명의 집시 등이 학살되었다. 구소련군이 아우슈비츠 진주 시 7톤의 머리털이 창고에서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나치가 담요를 만들다 남은 재료였다고 한다. 제12차 세계대전 중 민간인과 군인을 합하여 최소 9천만 명, 최대 1억 2천만 명이 사망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994년 르완다 집단학살(80만 명), 1915년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150만 명), 1979년 인도네시아인에 의해 살해된 동티모르인(12만 명) 사건 등 대부분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비극들이다.

제노사이드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1975년 캄보디아 ‘폴 포트’에 의한 킬링필드에서 250만 명,1958년부터 모택동에 의한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중국인 3,000만~5,000만 명이 죽었다. 이쯤 되면 사람 목숨인지 벌레 목숨인지 모르겠다. 한편, 괴질에 대한 공개 자료를 검색해보면 쥐와 벼룩에 의해 전파된 중세유럽 시대의 흑사병은 유럽과 아시아를 휩쓸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7,5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때가 1340년대인 것을 참작해서 680년 뒤 지금 인구로 환산하면, 그 수치는 몇 배가 될 것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은 2년 동안 5천만 명을 죽게 한 후에도 지속해서 독감의 형태로 인류를 위협했다. 1331년부터 1393년까지 중국(원나라)의 인구 4분의 1이 페스트라는 괴질로 죽었다. (북경 인구는 전체의 3분의 2가 사망했다고 한다). 당시 1억 2,500만 명이던 중국 인구가 9,000만 명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 인구로 환산하면 최소 4억 명이 괴질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괴질은 그 밖에 콜레라•천연두•결핵•후천성면역결핍증 등 다양한 얼굴로 인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2022.4월 현재 코로나 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는 620만 명이다.

세상이 어지러워져 말세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섯 가지 탁한 현상(징표)을 오탁악세(五濁惡世)라고 한다. 말세에는 재앙과 재난, 번뇌, 악인, 사견, 환란에 따른 단명 같은 자연적, 개인적, 사회적 현상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탐진치와 편견에 따른 자연오염, 생태계 파괴, 인종차별, 사회적 부패, 지구 온난화는 우리에게 전쟁과 바이러스에 의한 괴질뿐 아니라 지진, 화산폭발, 쓰나미, 홍수, 기근 등을 가져오고 말 것이다. 이렇게 전 지구적으로 죽어가는 생명들을 보면서도 각성하지 못하고 그 길을 재촉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깊이 참회하고 싶은 시절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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