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바일제법 제78~80조

 

바일제법 제78조 병청사쟁계(屛廳四諍戒)는 병청(屛廳)을 금하는 계율인데 병청이란 숨어서 몰래 듣는 것을 의미하고 사쟁(四諍)’이란 승가에서 일어나는 네 가지 종류의 다툼으로 사분율에서 언쟁(言爭), 멱쟁(覓諍), 범죄쟁(犯罪諍) 그리고 사쟁(事諍)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언쟁은 말로 다투거나 교리와 관련하여 다투는 것이고, 멱쟁은 비구의 죄나 허물을 찾아서 다투는 것이고, 범죄쟁 혹은 범쟁은 범한 죄로 다투는 것을 말하는데 죄로 다툰다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비구가 범한 죄가 명백하지 않아 이를 논의할 때 생기는 논쟁을 말한다. 사쟁은 승가에서 [갈마]작법을 행할 때 의견의 불일치로 생기는 논쟁을 말한다.

병청사쟁계는 6군 비구가 자신들과 다툼이 있었던 비구들이 다른 비구와 이야기하는 것을 몰래 듣고 트집을 잡고 따진 것이 원인이 되어 제정되었다. 비구는 당연히 다른 이의 대화를 도청해서는 안 되고 우연히 들을 수 있는 상황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그래서 비구가 외부에 있다가 방으로 가고자 한다면 손가락을 튕기거나 헛기침을 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비구들에게 자신이 방으로 가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바일제법 제79조는 여욕후회계(與欲後悔戒)로서 조문은 간단명료하며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도 여법한 갈마에 욕()을 주고 나서, 나중에 꾸짖으면 바일제이다.”

 

여욕은 전원참석 유도하는 필수 장치

 

()’이란 빨리어 찬다(chanda)를 한역한 것으로 비구가 부득이 승가의 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때 승가에서 결의된 사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결석을 승인받는 것이다. 따라서 여욕(與欲;욕을 주다)하고 결석한 비구는 승가가 결정한 일에 불만을 제기하면 안 되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에 대해서는 후회를 하고 심지어 욕을 주지 않았다고 시치미를 떼면 안 된다는 계율이다.

빨리어 율장에서는 욕을 주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비구에게는 욕을 받는 것을 허락한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주어야 한다. 그 병비구는 한 비구에게 가서, 상의를 편단으로 하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나는 욕을 준다. 나의 욕을 가지고 가라. 나의 욕을 고하라.”라고 이와 같이 몸짓으로 알리거나, 말로써 알리거나, 몸과 말로 알리면 욕을 준 것이다.’ 요즘 세상에는 승가나 세간의 의결 정족수가 멤버 전원은 아니지만, 부처님 당시에 화합을 제일로 삼는 승가에서 여욕은 의결 정족수인 비구들의 전원참석을 전제하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장치였던 것이다.

바일제법 제80조 불여욕계(不與欲戒) 역시 여욕과 연관 있는 계율로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도 승가에 채결해야 할 의논이 일고 있을 때에 욕을 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서 가면 바일제이다.”

이미 여러 차례 설명했듯이 승가의 논의 사항은 전원참석, 전원찬성으로 결정되는데 회의에 참석한 비구가 갑자기 자리를 뜨게 되면 의결 정족수가 부족하게 되므로 의사결정이 불가능하게 된다. 특히 한 비구가 지은 죄에 대해 갈마를 하고 있을 때 자리를 떠나 버리면 더 이상 죄를 물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여욕 없이 무단으로 자리를 떠나 버리면 안 된다는 계율을 정한 것이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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