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목원서 5월 11일 내장이 파열된 고양이 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동물학대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강아지의 입과 발을 묶어 생매장하는 일이 벌어져 동물애호가들의 공분을 샀다. 반려동물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동물학대도 여러 형태로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불교는 한낱 미물일지라도 함부로 다루지 말라고 가르친다. 이웃종교보다 더 특별하게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하기도 한다. 공업중생(共業衆生)의 연기사상에 입각해 차별 없는 삶의 관계를 유지하라는 것도 불교의 특성이다.

불교의 눈으로 보자면 반려동물 뿐 아니라 맹수를 비롯한 악어 펭귄 여우 등 모든 동물이 차등 없이 보호돼야 할 중생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자면 1997년 유럽연합(EU)이사회가 제정한 ‘동물복지 5대 원칙’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동물복지 5대 원칙이란 ‘배고픔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 상처 및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활동을 할 자유’, ‘공포와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를 말한다.

우리나라에 이 같은 동물복지 5대 원칙이 알려진 것은 한 유명한 식품업체가 자사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인용한 데서 비롯됐다. 즉 자사상품은 이 5대 원칙을 지킨 동물을 식용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맛과 질이 뛰어나다는 내용의 홍보였다. 동물의 복지문제가 장삿속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지만 저변의 인식을 확대하는데 기여한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앞선 보도처럼 각종 동물을 상대로 한 잔혹성과 생명경시풍조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인간중심의 사고가 고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한 동물학대 행태는 쉽게 바뀌지 않을 듯하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경》 4권 93경 <장신경>에서 동물학대와 관련한 중요한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다. 한 바라문이 사성대회(邪盛大會)에 부처님도 참석해 달라고 청원했다. 사성대회란 동물을 희생시켜 신에게 공양함으로써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받을 것이란 믿음에서 치러진 동물희생제를 말한다. 그러자 부처님은 “복을 짓기 위해 마련한 사성대회가 오히려 세 가지 죄를 짓는 대회가 되겠구나.”고 전제하고 “세 가지 죄란 무엇인가? 너는 지금 ‘온갖 동물을 희생하겠다.’고 했으니, 그렇게 한다면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죄를 짓고, 입으로 죄를 짓고, 또 죽이게 되면 몸으로 죄를 짓는 것이니 마땅히 그 과보가 따를 것이다. 그러니 바라문이여, 묶어 놓은 동물들을 풀어주라. 동물을 풀어줄 때는 ‘내가 너희들을 자유롭게 풀어 줄 터이니 산이나 늪이나 들에서 마음껏 풀을 뜯고 물을 마시며 바람을 쐬면서 행복하게 살라.’고 말하라.”고 바라문을 타이른다. 이에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대로 모든 동물을 풀어주고 희생제를 취소했다. 그 대신 깨끗한 음식을 마련해 부처님과 제자들을 초청했다. 부처님은 그 공양초대에는 기꺼이 응하셨다. 이때 이미 부처님은 ‘동물복지 5대원칙’을 말씀하셨던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 동물의 학대행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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