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은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공휴일이란 뜻이다. 47년 전인 1975년부터다. 공휴일이 되는 데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근현대불교사학자 김순석 박사에 따르면 공휴일 제정 움직임은 통합종단 출범 후인 1963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해 1월 총무원은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 건의문을 정부에 발송했다. 하지만 당시 주무 부처인 문교부는 불교계에 ‘불가’ 내용을 담은 회신을 보냈다. 그러자 불교계는 ‘부처님 탄일 공휴일 제정운동 추진위원회’를 초종파적으로 구성해 조직을 정비한 뒤 새로운 활동에 나섰다.

1966년 4월 동국대 대학원생 김선홍이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건 중 기독교 성탄절 무효 확인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소했으나 각하됐다. 이 과정에서 불교계는 불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부처님오신날이 공휴일로 제정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얻게 됐다. 이때 혜성같이 나타난 이가 용태영 변호사다. 그는 소송 중인 김선홍에게 법률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1973년 한국변호사협회 회장이던 용태영 변호사는 3월 24일 서울고등법원에 ‘석가탄신일 공휴권 등 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그는 일찍이 사법시험 필수과목이던 국사를 공부하던 중에 한국 사상의 원류는 불교에 있으며, 우리나라 문화재의 80% 이상이 불교문화재임을 알게 됐다. 그는 그런데도 기독교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던 불교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불교법조인회, 세계불교도연맹 일본지부, 재단법인 일본불교회 등이 가세하면서 소송은 용태영 개인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문제로 발전했다. 1974년 10월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소송이 각하되자 용 변호사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시국사범 석방, 언론자유 보장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목숨을 걸고 정치적 타결을 시도했다. 기독교계의 지지까지 끌어내자 마침내 정부는 1975년 1월 15일 부처님오신날을 공휴일로 제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의 공식 명칭은 ‘석가탄신일’이었다.

1968년 초파일을 앞두고 불교계는 이미 사월 초파일을 ‘부처님오신날’로 부르기로 명칭을 통일했다. 정부는 불교계에서 ‘부처님오신날’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실 등을 반영하고 법령 용어의 표기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2017년 10월 17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 공포했다. 그런데도 일반 언론에서 사라진 ‘석가탄신일’ 명칭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어 불교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때마침 문화체육관광부가 ‘부처님오신날’ 명칭 사용에 주의를 당부하는 보도참고자료를 공개했다. 게으른 일반 언론에겐 경고장을, 제때 할 일을 하는 공무원들에겐 박수를 각각 보낸다.

- 월간 《불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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