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바일제법 제74~77조
비구 때리는 흉내만 내도 바일제

 

본 연재를 시작하면서 계율 제정의 원인이 된 인연담을 많이 소개하여 독자들이 율장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고자 했으나 오히려 조문이 더 명확하게 뜻을 드러낸 경우에는 조문을 위주로 소개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바일제법 제74조는 진타비구계(瞋打比丘戒)로 조문을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어떠한 비구라도 화를 내고 기뻐하지 않으면서 비구를 때리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의 인연담을 보면 6군 비구가 17군 비구를 때려 나이 어린 17군 비구가 울음을 터뜨린 것이 계율 제정의 원인이 되었다. 여기서 ‘때린다’는 의미를 빨리어 율에서 찾아보면 ‘신체로 혹은 신체로 들 수 있는 것으로, 혹은 던지는 것으로 [때리면] 설령 연꽃잎으로 친다 하더라도 바일제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바일제법 제75조는 전조와 유사한 조문으로 단비구계(摶比丘戒)이다. 먼저 조문을 살펴보기로 한다.

“어떠한 비구라도 비구에 대하여 화를 내고 기뻐하지 않으며 장도(掌刀)를 흉내 내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에 나타난 ‘단(摶)’은 빨리어 ‘딸라삿띠(talasatti)’를 한문으로 번역한 것인데 오히려 빨리어의 이해가 훨씬 용이하다. ‘딸라(tala)’는 손바닥(掌), ‘삿띠(satti)’는 칼 혹은 검의 뜻으로 손으로 칼이나 검 모양을 만들어 위협하는 등의 행동을 의미한다. 바일제법 제74조는 비구를 직접 때리는 행위에 대한 계율이라면 바일제법 제75조는 때리지는 않고 흉내만 내는 차이점이 있다.

바일제법 제76조는 무근승잔방계(無根僧殘謗戒)이다.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도 비구를 무근의 승잔으로 비방하면 바일제이다.”

바일제법 제74조, 제75조와 마찬가지로 조문을 보면 난해한 부분이 없이 이해가 명확하게 된다. 내용은 승잔죄를 범하지 않은 비구에게 승잔죄를 범했다고 비방하면 안 된다는 계율이다. 주지하듯이 승잔죄란 승가에서 쫓겨나는 바라이죄를 제외하고 승가에 남을 수 있는 죄 중에서 가장 무거운 죄이다.

삭발염의(削髮染衣)한 승려가 자신의 도반을 혹은 스승을 아무런 근거 없이 비방하거나 여러 방법으로 해를 입혔다면 당사와 대중들 앞에서 참회를 해야 마땅하거늘 오히려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이리저리 끼워 맞춰 엉뚱한 논리를 성립시켜 돌이킬 수 없는 더 큰 죄를 짓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바일제법 제77조는 의뇌비구계(疑惱比丘戒)이다. 여기서 ‘의뇌(疑惱)’는 ‘의회(疑悔)’와 같이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의미는 비구가 다른 이(비구)에게 고의로 지난 과거의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여 해당 비구를 괴로워하게 만들거나 불안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조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도 비구에게 고의로 의회(疑悔)를 주면, 잠시 동안이라도 그를 불안하게 하려고 하는 이 인연만으로 하고 다른 것이 아니라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은 6군 비구가 나이 어린 17군 비구에게 ‘그대들은 만 20세가 되지 않았으니 구족계를 받은 것이 아닐 것이다’라고 근심하고 불안하게 만들어 17군 비구가 울어버린 것이 인연담이다. 이전에도 설명하였듯이 계율은 수범수제(隨犯隨制)의 원칙이 있다. 즉 잘못된 행위가 있어야 계율이 제정되기 때문에 최초로 잘못을 한 사람은 계율을 범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17군 비구는 비록 만 20세가 되지는 않았지만 엄연히 비구인 것이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ㆍ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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