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정권교체냐, 정권 재창출이냐를 놓고 격돌했던 이번 대선은 결국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민심은 극명하게 둘로 갈라졌다. 윤석열 당선인은 제20대 대선에서 1639만 4815표로 48.5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1614만 7738표를 얻어 47.83%의 득표율로 두 후보간의 표차는 겨우 24만 7077표, 득표율은 0.73% 포인트에 불과했다. 영호남의 표심은 정반대로 갈렸고 서울도 강남과 강북의 표심이 둘로 나눠졌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정확히 둘로 쪼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 때문에 대선 이후 윤 당선인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둘로 쪼개진 민심을 수습하는 일이라고 많은 이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대선 이후에도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공공기관·공기업 인사를 둘러싼 신구 권력간의 마찰, 이른바 ‘검수완박’ 즉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등으로 가파른 대치 정국이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화합과 통합,협치의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해 보인다.

지난해 연말부터 아침 출근길에 벌어진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둘러싼 논란도 분열된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난 연말부터 지하철 4호선과 3호선 등에서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휠체어 바퀴를 넣는 방법으로 아침 출근길 시위를 벌였다.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에 대해 아무리 정당한 요구를 한다고 해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는 방식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자신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타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오랜 세월 차별과 혐오를 견뎌야했던 장애인들의 아픔을 이번 기회에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제는 이런 사태를 둘러싼 대립과 마찰 속에서 우리 사회의 혐오와 편견,그리고 갈등의 양상이 더욱 증폭되고 편가르기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우리 사회의 갈등 조정과 해결 능력만 놓고 보면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크고 작은 갈등은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은 바닥 수준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갈등이 많고 또 해결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그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먼저 잘못된 경쟁의식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를 꼽는 이들이 많다. 과도한 경쟁 사회 속에서 성공과 출세의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이 적지 않지만 경쟁에서 밀렸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는 사회의 불만 세력이 되고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지게 된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 많은 재산을 모았다면 성공한 인생이지만 대다수의 그렇지 못한 이들을 인생의 실패자로 몰아가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대화와 토론 문화도 왜곡되고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수반되지 않는 일방적 주장과 논리 전개는 상대를 강하게 자극하고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갈등을 더욱 촉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여기에다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유튜브와 SNS는 사회의 갈등과 진영 대립을 더욱 격화시키고 확대 재생산하는 장이 되고 있다. 상대에 대한 거침없는 막말과 독설,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바탕으로 한 인신 공격 등이 사이버 공간에서 넘쳐나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우리는 모든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해석하는 습관에 젖어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갑과 을, 가해자와 피해자,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으로 나누어 상대방을 깊게 이해해보려고 하는 대화의 기술보다는 자기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사회 분위기가 대세가 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 사고를 한다. 그것이 본성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도 쉽지 않다. 내 자신이 존재하려면 상대방이 존재해야 하고 내가 인정을 받으려면 상대방도 인정해 줘야한다는 옛 어른들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불교의 불이사상, 화쟁,연기론 등을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노력이 중요해 보인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도 옳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 불교의 화쟁(和諍)정신을 실천하는 노력부터 우선 해보기를 제안한다. 다시 말해 너도 옳고 나도 옳지만 둘이 합쳐서 더 큰 옮음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왕도는 될 수 없을지라도 출발점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불교방송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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