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청남도 진천교육지원청이 소통과 배려를 바탕으로 직장 내 갑질, 괴롭힘 행위 근절 및 상호존중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갑질 근절 및 상호존중 캠페인과 결의대회를 열었다고 한다. 특히 진천교육지원청은 상호 동등하게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의미(1=1)를 담아 매월 11일을 상호 존중의 날로 정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 사회처럼 다문화(多文化)와 다종교 등 다양성이 혼재하는 특성에선 무엇보다 상호 배려와 존중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상호 배려와 존중의 바탕은 소통에 있다. 소통의 기능이 없으면 사람 간 배려와 존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소통이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통로이며 제각각의 문화와 생각을 어울리게 하는 수단이자 방법이다. 예를 들어 물을 가둬두면 물은 썩게 마련이다. 공기를 환기시키지 않으면 탁해질 수밖에 없다. 가령 언로(言路)를 막고 문화의 교류를 차단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사회는 마치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연명하는 식물인간과 다를 바 없다. 불통(不通)의 사회는 곧 시한부 인생과 다를 바 없다.

소통은 먼저 듣는 것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무엇을 먼저 주장하기에 앞서 상대가 무슨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경청하는 게 순서라는 얘기다. 그래야 진정한 소통의 관계가 형성된다. 자기 말만 하고 상대의 말을 듣기를 가벼이 여기면 올바른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다. 소통이 잘 되면 서로가 즐거워한다.

한의학에서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란 말이 있다. 통하면 아프지 않을 것이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이다. 사람의 병은 기의 흐름이 막혀 생긴다고 보기 때문에 기의 흐름을 막아선 안 된다. 사회학에서 소통은 기의 흐름이다. 때문에 사회가 병든다는 것은 소통이 안된다는 것이고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은 소통이 잘된다는 것과 직결된다.

부처님의 십대제자 중 아난다는 다문제일(多聞第一)로 불렸다. 아난다는 부처님을 가까이에서 시봉하며 부처님의 말씀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의 이름 ‘아난다’는 인도말로 ‘환희’ 또는 ‘기쁨’을 의미한다. 아난다는 수많은 부처님 제자들의 사이에서 소통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가 소통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승단 내에서 불화와 반목이 숱하게 발생했을 것이다. 부처님의 입멸 이후에 분열될 수도 있었던 승단을 지키고 제자들의 화합을 도모했던 배경에는 아난다가 있었다. 실제로 부처님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아난다가 결코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교단의 안정을 꾀하게 된 데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소통 역을 자임한 아난다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사회의 지도자들 역시 소통의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는데 그만큼 대중들이 소통을 매우 긴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개의 손과 눈으로 중생을 살피는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은 소통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불자들이 소통보살의 역할을 해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본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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