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불기 2566년 부처님오신날이다. 《불소행찬》 등 불교경전에 의하면 부처님은 중생구제의 대원력을 세워 사바세계에 몸을 나투셨다. 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오실 때의 광경에 대해선 각 경전에서 감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한 경전에선 문학적 묘사를 통해 부처님의 친근감을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부인은 당시의 관습에 따라 아기를 낳기 위해 친정인 콜리국으로 가는 길에 룸비니 동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꽃들이 만발하고 벌과 나비가 꽃의 향기를 따라 매혹적인 춤사위를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야부인은 무우수(無憂樹)의 가지를 잡고 잠시 몸을 의탁했다. 그 순간 마야부인은 태기(胎氣)를 느꼈고 아기부처의 탄생을 이뤘다. 그렇게 부처님은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때에 룸비니 동산으로 오셨다.

부처님은 태어나시자마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오른 손으로는 하늘을, 왼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다”는 뜻의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을 외쳤다고 한다. 불교학자들은 이를 룸비니 선언으로 받아들여 부처님이 중생구제의 서원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만일 부처님이 세상에 오지 않으셨다면 중생들은 전도몽상(轉倒夢想)과 생사미망(生死迷妄)의 상태에서 어리석은 삶에 묻혀 살고 있을 것이다. 부처님은 또 일체중생이 평등하다는 점을 일깨워주셨다. 더 나아가 잘못된 사회제도와 제례의식을 비판하고 이의 굴레에 빠져있는 중생들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펼쳤다. 당시 인도사회는 신분차별로 인한 폐해를 양산한 계급제도가 인간을 구속하고 있었다. 인도의 지배계층은 바라문교의 세계관에 근거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져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처님은 행위에 의해서 귀천이 분별된다며 출생에 따른 신분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근본불교 경전의 하나인 《수타니파타》에 의하면 사람은 출생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하는 행위에 따라 천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귀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누구든 존경받고 싶으면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하면 된다. 반대로 비난받을 행동을 하면 천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부처님은 기존의 잘못된 관행과 의식을 바로 잡는 가르침으로 제자들을 깨달음의 세계로 이끌었고 불교를 열었다.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설복한 육사외도(六師外道)들이 부처님께 귀의해오면서 불교교단은 크게 세력을 확장했다. 특히 갈등과 대립이 발생하는 곳에선 부처님을 경쟁적으로 모셔가려 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 자리에서 바로 해법이 되고 갈등치유의 약이 됐다.

현재 세계인류는 전쟁과 폭력, 질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5월 10일이면 새로운 대통령 시대를 맞는다. 국민은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질병과 경제, 부동산 문제 등 직면하고 있는 국민적 고통을 슬기롭게 해결해 주길 바라고 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마냥 기뻐하고 찬탄할 일만은 아닌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이 계속 되고 있고 코로나19 펜데믹은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는 데에도 부처님 가르침은 유효하다. 눈앞의 이익에만 탐착해 더불어 살아야 하는 공동체 정신을 외면하게 된다면 우리에게 놓인 위기상황은 결코 해소될 수 없다.

부처님은 탐진치(貪嗔癡) 삼독심(三毒心)을 제거하라고 하셨다.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자기 자신 뿐 아니라 사회와 조직을 망가뜨리는 암적 요인이다. 현재 세계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제분야의 위기는 결국 이 삼독심이 초래한 상황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삼독심을 멀리하고 화합의 지혜를 발휘하여 건강한 인류 미래를 활짝 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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