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국립경상대학교 한국차문화연구원 정헌식 원장 2

효당은 ‘차도무문 차도용심’ 가르쳐
진주 차인 뭉치면 ‘K-차(cha)’된다

삼화령 충담사 헌다제에 차를 올리는 정헌식 원장.
삼화령 충담사 헌다제에 차를 올리는 정헌식 원장.

 

효당 최범술 이래 진주 차문화의 대표적인 계승자 가운데 한분인 정헌식 원장은 늘 백로원이나 죽향에서 만나 효당 선생님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분의 이야기로 끝난다. 오늘날 진주지역의 차문화는 1960년대 최범술에 의해 부흥되었다. 『한국 차생활사(韓國茶生活史)』·『한국의 차도』를 통해 일상생활속의 차생활이 곧 우리 고유의 음차문화임을 알리면서 차문화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다도용심(茶道用心)과 다도무문(茶道無門)은 차생활의 실체로서, 찻물을 끓이고 불을 피우는 등 일상의 차생활을 누구나 어디서나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차 한 잔 마시는 일은 삶의 간맞음이요 멋이라 했고 대사회성을 자각하는 것이라 했다. 고유의 차례문화를 복원하기 위해서 신라, 고려, 조선왕조 등 시대별로 차문화를 조명했고, 충담, 다산, 초의를 중심으로 차인들의 차생활과 그 정신을 살핌으로써 민족문화를 계승하고 민족의식을 심어주려고 하였다. 이것이 진주지역 차문화의 확립과 확산에 기여한 효당의 업적이라 할 수 있다.

효당은 우리의 차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집필한 한국차생활사에서, 우리의 차문화는 일본에 앞서며, 이와 같은 사실은 집집마다 명절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茶禮)’라고 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韓國의 茶人들』에서는 신라시대의 원효대사·설총·충담·화랑, 고려시대의 대각국사 의천·이규보, 조선시대의 함허당·서산대사·사명대사·다산 정약용·추사 김정희·초의 장의순의 차생활을 소개한 분이다.

우리가 ‘茶’를 ‘차’가 아닌 ‘다’로 발음하기도 하는데 ‘차’로 발음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효당 최범술은 이미 반세기전에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강희자전(康熙字典) 등에 의하면 ‘차’자의 음은 ‘쨔(丈加反), 탸(宅加反), 쨔(眞加反)’로 발음된다. 일본에서는 ‘챠’이지만 음식 앞에 붙이는 접두사 ‘오’를 붙여 ‘오챠’, 중국 등에서는‘차(cha)'로 발음되어 왔고, 유럽에서는 'tea'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옛문헌인 15세기의 월인석보(月印釋譜) 이래로 동국정운(東國正韻), 두시언해(杜詩諺解) 등에서 ᄎᆞ방(茶房), 찻반(茶盤), ᄎᆞ탕관(茶罐)’ ‘ᄎᆞ통(茶筒)’으로 표기되어 있고, 특히 차담(茶談) 등은 고려시대 때부터 써왔다. 이와 같이, 세계 차문화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동북아 3국, 한중일 모두가 차와 비슷한 음으로 발음하고 있다. 따라서 굳이 ‘다’로 발음할 이유는 없다.

효당은 1917년 해인사 지방학림에 입학하고, 임환경(林幻鏡) 스님을 은사로 계(戒)를 받았다. 효당이란 이름은 원효교학 복원에 평생을 바칠 것을 서원하여 스스로 지은 법호(法號)에 해당한다. 3·1운동이 일어나자 독립선언서를 등사하여 영남지역에 배포하다가 일본경찰에 붙잡혀 진주 검사국에 구치되어 고통을 받았다.

올해 삼짇날 삼화령 연화대좌 위에 올려진 공양물.
올해 삼짇날 삼화령 연화대좌 위에 올려진 공양물.

 

효당은 적 즉 일본의 풍속을 비롯한 문화와 종교, 일본 군벌과 정경의 동향 등을 알아보기 위하여 일본 유학을 결심하고 1922년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배달 등 고학을 했다. 애국지사 박열 등을 만나 비밀결사인 불영선인사(不逞鮮人社)를 조직하여 항일활동도 하고, 재일조선불교청년회에 가담하여 간부로 활동했다. 광복후 효당은 미소공동위원회 대한불교단체 대표, 해인사 주지로 국민대학을 창립하고 이사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이후 제헌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며, 해인중·고등학교와 해인대학을 설립하여 이사장 및 학장에 취임했다. 1960년 이후 다솔사의 조실로 원효사상 및 차도연구에 전념하였고, 진주지역에 차 보급과 차문화운동을 펼쳤다.

효당은 “차는 평화의 상징이며 차도(茶道)는 평화로 가는 길이다. 한 잔의 차를 놓고 마주 앉아 그 빛을, 그 향기와 맛을 음미하며 담소하는 정경은 평화의 상징인 것이다”라고 하였다.

효당은 평상심을 강조하며, 차도에 있어서 마음가짐을 용심이라 표현했다. 또한 그 용심은 중정(中正)의 도에 이르는 근본원리로 참선을 이루는 기초가 되며, 용심을 통해 차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효당에게 차란 그 출발점이 '기호음료'이고 차도란 그 기호음료인 차를 마시는 일에 일상의 도를 붙여서 말한 것이다. 차도무문이란 차의 도道에 이르는 길에 특별한 규범이나 격식 혹은 계층에 관계없이 어떤 사람이라도 차 생활을 즐길 수 있고, 어느 장소 어느 때에도 차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차도용심이란 차생활을 할 때 차기를 다루는 태도와 마음자세까지를 포함해서 말하는 것이다. 심신의 자세가 자연스럽고 검박하며 중정의 도리에 맞고 안정감이 있으며 감사하는 마음 즉 본질적인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헌식 원장이 전하는 효당 최범술 선생의 이야기를 보다 구체화시키고 발전시킨 내용이 죽향 대표 김형점 박사에 의해 『진주지역 차문화 연구』에서 확인되어 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차 시배지인 지리산 문화의 중심인 진주에는 효당 이래의 수많은 차인과 차인회가 있다. 그리고 그 전통을 계승한 정원식 원장이 있어 차인으로서 매우 든든하다. 부디 효당이 시작한 충담사 이래의 우리 차문화가 K-pop처럼 전세계인이 좋아하고 따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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