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바일제법 제70~73조
계율 모르는 것도 바일제 범하는 일

 

바일제법 제70조는 공주빈사미계(共住擯沙彌戒)이다. 본 조문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상관없는 삿된 주장을 펼쳐 멸빈된 사미를 위로하거나, 급사(給仕)하거나, 식(食)을 함께 하거나, 함께 숙(宿)을 하면 안 된다는 계율이다. 빨리어 율장에서는 ‘위로하다’의 의미를 ‘나는 발우, 혹은 옷, 혹은 독송, 혹은 질문을 받을 수 있다고 격려하는 것’이라고 하였으며, ‘급사하다’의 의미는 사미로부터 물건을 닦을 때 사용하는 세분(洗粉), 점토, 양지(楊枝), 양치물을 수용하는 것‘이라 하였다. 세분은 요즘으로 말하자면 비누에 해당할 것 같다. 필자의 고향 경상도에서는 비누를 ’사분‘이라 하는데 이는 프랑스어 싸봉에서 유래되었을 것이라 보지만 세분과도 연관성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식을 함께하다’는 두 가지 종류의 식, 즉 법을 송설(誦說)하는 법식(法食)과 음식, 재물 등을 주는 미식(味食)을 같이함을 말한다. 그리고 ‘함께 숙을 하다’는 멸빈된 사미와 비구가 한 지붕 아래서 머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바일제법 제71조 거근학계(拒勤學戒)는 계율을 범한 비구에게 다른 비구들이 여법하게 충고를 할 때, 계율을 범한 비구가 지혜 있고 계율을 지닌 율사에게 확인하기 전까지 그 계율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 바일제를 범하게 된다는 조문이다. 즉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켜 줄 답변을 들을 때까지 계율을 지키지 않겠다고 하며 미꾸라지 마냥 흙탕물을 일으키고 다니면 안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여법’이란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학처, 즉 계율을 말하는 것으로 비구들에게 삼유(三有, 삼계)를 해탈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승가의 질서 유지를 위한 절대적인 권위를 지니고 있다. 그와 같은 계율을 범하고 승가의 정당한 권고도 무시한다면 참으로 안하무인이 아닐 수 없다.

바일제법 제72조 훼비니계(毁毘尼戒)는 계율을 비방하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도 바라제목차(계경)가 송출되고 있을 때에 다음과 같이 말하기를, [즉] ‘이 잡쇠계(학처)를 송출하여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단지 [비구들에게] 회한(悔恨)과 곤혹과 혼란을 초래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면, 학처를 비방함의 바일제이다.”

본 조문의 인연담의 주인공은 오랜만에 등장하는 악동 6군비구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율을 설하고, 율을 찬탄하고, 율을 연구하고, 해설하는 우빨리존자를 찬탄하셨고 많은 비구들이 우빨리존자로부터 율을 배웠다. 그때 6군비구는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여 율을 비방하였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다. 다른 비구들이 율을 배우고 익히면 자신들이 범하는 계율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 알게 되기 때문에 말도 않되는 비방을 하였던 것이다.

바일제법 제73조는 무지율계(無知律戒)로서 계율을 알지 못하면 바일제를 범하게 된다는 뜻이다. 본 조문의 인연담에도 6군비구가 등장하는데 6군비구는 계율을 범하고 모르고 범한 것으로 서로 입을 맞추었는데 그들은 포살에 계속 출석을 하였기 때문에 계율을 모르고 있었을 리는 없다. 세상 살다 보면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이런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되는데 분명히 사실 여부를 잘 알면서도 자기에게 불리하면 무조건 몰랐던 것으로 억지를 부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행위는 자신을 기만하고 세상을 기만하는 것으로 참나(眞我)를 죽이는 무거운 업을 짓게 되는 것이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ㆍ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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