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 태능의 전법게

다음은 서산대사(西山大師)의 큰 제자이자 선기 넘치는 시로 명성을 날린 소요 태능(逍遙太能, 1562∼1649)이 해운선사에게 내린 전법게다. 소요 태능은 전남 담양 출신으로 꿈에 어머니가 신승(神僧)을 보고 선사를 잉태했다고 한다. 13세에 백양사에 입산해 부휴대사(浮休大師)에게 경을 배웠다. 뒤에 묘향산에 들어가 서산대사를 친견하고, 공안참구(公案參究)한 끝에 20년 만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저서로는 『소요당집(逍遙堂集)』을 남기고 있다. 소요의 전법게는 다른 이들의 전법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겨주고 있다.

폭죽에 별이 날아감은
기틀의 칼날이 드높음이요
바위가 벌어지고 절벽이 허물어짐은
기상의 높음이로다

사람을 대하여 살리고 죽임은
왕검과 같으니
표연한 위풍은
오호에 가득하구나.

飛星爆竹機鋒峻 裂石崩崖氣像高
對人殺活如王劍 漂漂威風滿五湖

소요는 해운스님에게 이 전법게를 내리고 선풍진작을 당부했다. 소요의 선시에 대한 평은 이렇다.

“대사의 시가 2백여 편인데 맑고 훤하고 담박한 것이 마치 허공을 지나는 구름 같으며, 달이 냇물에 비친 것 같다. 적절한 언어와 절묘한 비유가 빛이나 모양의 저쪽을 뛰어넘었으니 대저 깨달음에 가까운 분이다.”

실제로 소요의 시는 적절한 언어와 절묘한 비유로 빛난다. 전법게 역시 선사가 법맥을 계승하기 위해 내리는 언어로 적절하고 비유가 절묘하다. 그의 2백여 선시는 모두 한결같이 선사로서의 본가종지의 위품과 자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제자에게 내린 전법게의 말미처럼 ‘표연한 위풍’ 그대로다.

이러한 전법게는 소요의 선기마저 초극하고 있는 후대의 경허선사에게 나타난다. 만공 스님에게 전한 그의 전법게도 선기의 대가풍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허 성우의 전법게

구름 달 계곡과 산이
도처에 같으니
일대를 이룬
선자의 대가풍이로다

은근히 글자 없는
심인을 분부하노니
한 조각 선기와 힘이
눈 속에 살아있다.

雲月溪山處處同 搜山禪子大家風
慇懃分付無文印 一段機權活眼中

경허성우(鏡虛惺牛 1849~1912)선사가 만공스님에게 내린 전법게다.

경허는 이 전법게를 주면서 이미 만공스님이 깨달음을 이루었음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깨달은 이에게 구름과 달, 계곡과 산 등 자연이란 합일의 경지다. ‘선자의 대가풍’이란 만공의 법기를 은유적으로 상징하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경허선사는 걸림없는 무애행으로 당시에도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깨달은 이의 행리를 여실히 보여준 경허의 영향을 만공이 가까이서 입었다. 그러니 만공 역시 그의 행리에 있어서 무애자재한 경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경허를 일러 그릇으로 담아낼 수 없고 무게 역시 측량할 수 없는 대 선지식이라고 할 때 그의 전법게에서 짜릿함을 느끼는 것은 일반적 상식으로 해량할 수 없는 선적 기운이 물씬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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