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바일제법 제67~69조
거갈마 받은 비구와 함께 하면 안돼

 

바일제법 제67조는 여여인기행계(與女人期行戒)로 미리 약속하고 길을 가는 상대가 도적 대상에서 여인으로 바뀐 것이다. 빨리어 율장의 인연담을 보면 억울하게 구타당한 비구의 사연이 있다. 어떤 부인이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 도망을 나와 사위성으로 향했는데 우연히 한 비구의 뒤를 따라가게 되었다. 부인을 쫓아온 남편이 그 모습을 보고 비구가 자신의 부인을 유혹했다며 그 비구를 때렸고 그 비구는 그야말로 영문도 모른 채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후에 부인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남편은 비구에게 사과를 했고 이로 인해 본 조문이 제정되었다.

바일제법 제68조는 악견위간계(惡見違諫戒)이다. 악견이란 사견(邪見) 즉 정법에 어긋나는 삿된 견해를 말하지만 본 조문에서는 구체적으로 장도법(障道法)을 말하고 장도법은 도를 이루는데 장애가 되는 법으로 애욕을 일컫는 말이다. 본 조문은 비교적 긴 내용을 담고 있지만 조금 축약해서 소개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도 다음과 같이 말하되, ‘나는 세존이 설하신 법을 료지(了知)했던바, 세존에 의해서 장도법이라고 설하여진 제법은 그것을 실행하여도 장도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 그 비구는 비구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어야 한다. ‘장로여, 이와 같이 말하지 말라. 세존을 비방하지 말라 ….’ … 만약 세 번까지 간고하여 그것을 버리면 좋다. 만약 버리지 않으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의 인연담에 등장하는 아릿타라는 비구는 사견을 일으켜 애욕을 가지고 있어도 수행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하였는데 아릿타 비구는 부처님께 가책을 받고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와 같이 사견을 일으킨 비구에게 승가는 백사갈마를 행하여 세 번을 간하는 동안 사견을 버리면 죄가 없어지지만 사견을 버리지 않으면 바일제가 된다.

만약 백사갈마를 시행하였는데 한 명의 비구라도 반대를 한다면, 즉 사견을 일으킨 그 비구의 편을 든다면 본 조문의 갈마는 성립되지 않기에 죄를 더 이상 물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보면 부처님 당시 승가 내에서 절대적인 부처님의 가르침에 역행하는 수행에 관한 자율적인 의사 표현이 보장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백사갈마를 통해 죄가 성립되는 경우가 되면 조금 심각해진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비구를 그대로 둘 경우 다른 비구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당연하기에 거갈마(擧羯磨)를 행하여 불공주(不共住) 처분을 받게 된다. 불공주란 승가가 해당 비구와 같이 생활하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같이 생활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교법에 관하여만 그러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거갈마를 받은 비구는 18가지의 제한을 받게 되기 때문에 승가 내에서 생활을 해도 다른 비구와 같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게 된다.

다음으로 살펴볼 바일제법 제69조 공주거인계(共住擧人戒)의 조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도 알면서, 이와 같이 [邪說]을 설하며 수순법을 행하지 않고, 그 견을 버리지 않은 비구와 함께하되, 혹은 음식을 함께하거나, 혹은 주(住)를 함께 하거나, 숙(宿)을 함께하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은 제68조와 연결되어 있는데 거갈마를 받은 비구와 같이 음식을 먹는 것, 독송, 포살, 자자, 갈마, 등을 같이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요즘말로 ‘왕따’와 비슷하며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라도 삿된 마음, 사리사욕, 망상이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ㆍ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