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우리의 차7
⑦ 경주세계차문화축제 김은호 위원장4

나눔과 소통의 차문화 기능 상실
우리가 이를 되살릴 책임 있어
진정한 차인이 되려면 무엇보다
겸양지덕의 정신 회복이 중요

경주 황룡골 차실의 모습.
경주 황룡골 차실의 모습.

 

“차회는 왜 하는 것일까? 그냥 혼자서 마시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나? 굳이 좋은 차 어쩌면 비싼 차. 나아가 소중한 차를 우리는 혼자서 마시면 될 것을 다른 이들을 불러 함께 마시는 것일까? 식사도 그렇다. 굳이 혼밥이면 좋을 텐데..... 왜?

물론 같이 마시면 먹는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것 같은 효율도 있다. 몇 그램 더 넣으면 한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할 수 있는 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지 절약이나 경제성 때문일까? 아니다. 나눔과 보시라는 측면을 이야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친구 나아가 형제나 가족처럼 함께 잘 해보자는 마음을 들게 하자는 것은 아닐까 싶다.

차회가 그렇듯이 차 축제도 마찬가지다. 한중일 동북아 3국을 넘어서, 대만, 인도, 네팔, 스리랑카, 티베트 넘어 영국과 프랑스 등 서구의 각 나라들까지 외국인들이 와서 공감할 수 있는 자리인 차문화축제 역시 그런 차회의 외연을 넓히고 확장한 것이다. 그렇게 경주세계차문화축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차문화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유럽으로 건너가 술을 대신하며 화려하게 꽃피웠던 차문화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귀족들의 장식물이 되어 차가 아닌 차도구에 묻혀서 ‘차’ 본래의 향과 의미를 잃어버렸다. 여기서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우연스럽게도 동도서기(東道西器)라는 말이 이에 해당하는지도 모르겠다.

비단 유럽 뿐만이 아니다. 화려한 다구들의 향연 속에서 언젠가부터 차회에서 ‘나눔’과 ‘소통’이라는 본래의 차정신은 사라져 있었다. 까닭에 이런 차의 본질을 되살릴 책임이, 차문화의 발상지 가운데 하나이면서도 케이팝(K-pop)과 한류의 발원지이기도 한 우리에게도 있다. 까닭에 21세기 새로운 한류로 우리의 ‘차’문화를 우뚝서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서 전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우리의 차 한 잔에 담아 서로의 마음을 소통하는 매개고리 즉, 물질문화로 삼게 해야 한다. 각자 먹는 커피보다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체로서의 차의 역할이 재조명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 만드는 장인들을 보면 모두 자기가 최고라고 한다. 남의 차에 대해서는 욕을 하거나 무시하는 일이 빈번하다. 실제로 자기 차 외에는 먹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런 언행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차인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의아하다. 저렇게 맑고 향기로운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왜 저런 모순적인 행태를 지을까?

역시 본래 차 정신 가운데 하나인 겸양지덕(謙讓之德)의 회복이 필요한 부분이다. 일기일회(一期一會)를 통해 상대방을 극도로 배려하는 그 마음이 있어야 “내가 제일 잘났다”는 그런 옹졸하면서도 창피한 언행을 안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진정한 차인이 되기 위해서 나아가 차문화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늘 겸손해야 한다. 이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장인 뿐만이 아니다. 지방색도 대단하다. 하동, 보성, 남원, 제주, 김해.... 그 어느 곳도 자신이 최고라고 한다. 자존감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자존심은 열등감의 표현일 따름이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저 드넓은 중국 역시 각 성마다 차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육대다류의 명산지 모두 자신이 최고이며 그들의 차가 제일 몸에 좋다고 한다. 일본이나 대만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차가 다르듯 사람도 다르다. 사상체질도 있고 취향은 더더욱 각양각색이다. 최고의 차가 꼭 내게 제일 좋은 차는 아니다. 까닭에 지방이나 국적을 넘어서 취향과 맛 그리고 체질(건강)에 맞는 차를 찾아서 마시면 될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다른 이의 선택을 존중해주면 될 따름이다.

우리가 포도주, 맥주, 양주, 탁주를 마시면서 굳이 국적이 필요한가? 막걸리를 마시면서 맛을 떠나 꼭 지방색을 찾아야 하나? 이젠 술도 그렇듯이 차도 백차, 흑차, 황차, 녹차, 홍차, 청차 가리지 않고 자유로이 선택을 해서 즐길 수 있는 차문화로 세계화를 이뤄야 한다. 우리의 케이팝이 세계를 선도하듯이 말이다.

까닭에 세계차문화 포럼을 만들어 각국의 가장 좋은 차를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말 각국의 최고의 차를 우리 모두가 경험할 수 있게 그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마시고 싶은데 정보나 네트워크가 없어서 마실 수 없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로 원하면 마실 수 있게 해야 하고 그 중추적인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 바로 이 생각이 경주세계차문화축제의 설립 근거가 아닐까 싶다.

요즘 현직의 권세를 유지하려는 노욕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를 퇴직했어도 명예교수라고 하고 늘 선생 대접을 받으려고 한다. 장관이나 국회의원 역시 현직을 벗어나면 직함도 버려야 하는데 버리지 못하고 더 큰 욕심까지 부리고 있다. 내려놔야 하는데 늘 움켜쥐고 그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게 문제가 되고 있다.

김은호 위원장은 정말 다 내려놓고 인생 2막에서 오직 한눈 안 팔고 차만 보고 오직 한길을 걸으며 좋은 인연을 맺고 나아간다. 호사가들은 돈이 있어서 그렇다고도 한다. 말도 안 된다. 심지어 그런 말을 하는 이들 주변에 있는 수많은 부자와 권세가들을 다는 못봤지만, 그 누구도 김은호 위원장 같지는 않을 성 싶다. 그런 사람 또 없다. 늦깎이 수행자들이 많다. 김은호 위원장처럼 한 우물만 파면 깨달음도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을 성 싶다.

-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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