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바일제법 제65~66조
세금 포탈 이용되는 도적과 동행 엄금

 

바일제법 제65조는 미성년자수구족계(未成年者受具足戒)이다. 먼저 조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도 알면서 20우(雨) 미만인 자에게 구족계를 주면 그 사람은 구족계를 얻지 못하고, 비구들은 가책 받아야 하며, 그(화상)에게 있어서 이것은 바일제이다.”

일반적으로 미성년자란 20세 미만을 의미하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20세와 세속의 20세는 그 기준이 엄연히 다르다. 위의 조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교에서의 20세는 우기(雨期) 즉 우안거를 20번 지냈다는 의미이다. 불교에서 우안거가 중요한 이유는 우안거를 기준으로 법랍이 생기고 앉는 순서인 좌차(坐次 혹은 座次)가 법랍 순이기 때문이며 승가의 방을 배정할 때도 법랍에 따라 하기 때문이다. 본 조문의 인연담은 바일제법 제17조 견타출승방계(牽他出僧房戒)의 인연담과 동일하므로 생략하고, 왜 20세 미만인 자에게는 구족계를 주어서 안 되는지 「마하왁가」에 나와 있는 부처님의 말씀을 인용하기로 한다.

“비구들아, 20세가 되지 않은 사람은 참을성이 없다. 그들은 추위, 더위, 배고픔, 목마름 등을 참지 못한다. 또한 쇠파리, 모기, 바람, 뜨거움, 그리고 뱀 등이 달라붙은 것을 견디지 못하며, 남들이 자신에게 거친 말과 욕설을 내뱉은 것을 참지 못한다. 그뿐만 아니라 괴롭기 그지없는 느낌이 드니, 곧 지극히 아프고 칼로 베는 듯하고 살을 에는 듯하여 결코 유쾌하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으며, 마치 죽을 것만 느낌이 들 때 그것을 아직은 견디지 못한다.”

이상이 부처님께서 20세 미만의 사람에게 구족계를 주어서 안 되는 이유를 설하신 것인데 필자는 지천명(知天命)이 훨씬 지났건만 아직도 20세 미만에 해당되는 사항들이 많은 것 같아 비구라 칭하기 부끄러울 뿐이다.

바일제법 제66조는 여적기행계(與賊期行戒)로 비구가 도적 상인의 무리인 줄을 알면서도 그들과 미리 약속을 하고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는 계이다. 빨리어 율장에서는 ‘도적 대상(盜賊 隊商)이란 도둑질을 행한 자, 혹은 아직 행하지 않은 자로 왕가에 도둑질하러 들어가거나, 혹은 세금을 포탈하는 자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부처님 당시 인도에도 곳곳에 세금(관세)을 받는 장소가 있었는데 상인이라면 당연히 세금을 내고 통과를 해야 하지만 비구들은 세금이 부과될만한 물건을 소지하지 않기에 세금을 낼 일이 없음은 물론 비구의 물품 조사도 없었다. 그러나 가끔씩 미리 도적 대상과 약속을 하고 비구의 소지품에 값나가는 물건을 넣어 세금을 포탈하는 것을 돕기도 했던 모양이다.

본 조문은 일종의 비구에 대한 면세 혜택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스님을 위한 사소한 혜택이라도 거의 없지만 필자가 유학했던 스리랑카에는 불교국가이기 때문에 스님들을 위한 사소한 혜택들이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학비자 갱신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이민국에 가야 했는데 그곳에 가면 보통 4~5시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가사를 수하고 “코리안 함드루(나는 한국 스님입니다)”라고 말하면 무조건 다음 차례로 안내되어 1시간 이내에 비자 갱신을 마칠 수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고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서양인들의 눈총이 따갑기도 했지만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유유히 그들 사이를 가로질러 나왔던 기억이 새롭다. 이민국뿐만 아니라 줄을 서야 하는 장소에서 스님들은 예외이며 시내버스에도 스님을 위한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스님이 버스에 오르면 즉시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한다. 한국에서 누려보지 못한 그와 같은 작은 호사가 가끔 그립기도 하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ㆍ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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