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의 심인전법

달마가 법을 전할 때의 기록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전하는 기록을 살펴보자.

9년이 지나 서쪽 천축으로 돌아가고자 문인들에게 명하였다.
“때가 되었으니, 너희들이 각자 얻은 바를 말해보라.”
그때 문인 도부(道副)가 대답했다.
“제가 본 바로는 문자에 집착하지도 않고 문자를 떠나지도 않고서 도의 작용을 삼으려 합니다.”
“너는 나의 가죽을 얻었다.”
다음으로 니총지(尼總持)가 대답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경희(慶喜) 보살이 아축불국을 본 것처럼 한 번 보고 다시는 보지 않았습니다.”
“너는 나의 살을 얻었다.”
그 다음으로 도육이 답했다.
“사대(四大)는 본래 빈 것이요, 오음(五陰)은 있지 않으므로 저의 견처(見處)는 하나의 법도 얻은 것이 없습니다.”
“너는 나의 뼈를 얻었다.”
끝으로 혜가(慧可)가 큰 절을 올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아무 말 없이 서 있자 달마가 말했다.“너는 나의 골수를 얻었다.”

달마 대사가 2조 혜가 대사에게 법을 전하는 대목이다. 비록 시의 형태를 빌리지는 않았지만 언어도단(言語道斷) 불립문자(不立文字)의 경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후학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고 있다.

-백장회해의 전법게

본래 말과 말로 부촉할 수 없음을
강제로 마음법을 전하는 체 하는 것은
네가 이미 법을 받아 가져갔으니
마음 법을 다시 어찌 말하랴.

本無言語囑 强以心法傳
汝旣受持法 心法更何言

백장회해선사의 전법게다. 그의 문하엔 황벽희운, 위산영우, 대자환중, 백장열반 등 기라성 같은 선사들이 운집해 큰 회상을 이루고 있었다. 그는 평소 제자들에게 심해탈(心解脫)을 얻을 것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심해탈이란 이렇게 설명된다.

“부처를 구하지 않으며, 지해(知解)를 구하지 않으며, 지옥을 두려워 하지도 않고, 천당을 사랑하지 않으며, 일체법에 거리낌이 없어야 비로소 해탈무애라 하나니 곧 심신 및 일체가 다 해탈이라 이름한다. 그대들은 소분(少分)의 계가 선으로 해탈이 된다고 하지 말라. 항하사 무루의 계정혜문이 있더라도 해탈은 아니다.”

그의 이러한 법문은 ‘대승돈오’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설명된다. 즉 백장선사는 특정 경계에 구애되거나 얽매임 없이 더 더욱 높은 경지를 제자들에게 보여주었다고 분석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백장의 ‘마음법’을 얻은 제자가 수십 여 인에 이른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전법게는 그러나 백장 이후로 간헐적으로 눈에 띨 뿐 면면히 이어오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불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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