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우리의 차
⑥경주세계차문화축제 김은호 위원장3

폭음으로 간 기능 안 좋던 시기
보이차 권유한 친구의 조언대로
황룡골 약수물로 매일 음다
건강 회복하며 차 가치관 정립

김은호 위원장.
김은호 위원장.
김은호 위원장이 차인들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김은호 위원장이 차인들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김은호 위원장과의 차담은 늘 나라를 걱정하는 거시론적인 차이야기로 시작된다. 차를 마시면서 무슨 ‘나라’걱정이냐고 되묻겠지만, 김 위원장에게 ‘차’는 나라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건강하게 만드는 물질문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전하는 김은호 위원장은 50대말에 이어지는 폭음으로 간 기능을 손상한 적이 있다. 건강이 심대한 위기에 처했을 때, 한약보다는 보이차가 더 맞을 것 같다는 친구의 조언을 들었다.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할 기초대사의 획기적 전환을 할 수 있는 물질이 차이며 이것이 간 손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잘 안마시다고 아사가 차관의 김이정 관장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보이차를 마시게 되었다. 아사가차관의 물은 늘 경주 황룡골(절골로)의 약수물을 길어다 놓은 것이었는데, 이를 계기로 김 위원장도 이 물을 길어다 차를 우려 마셨다. 그런 인연으로 경주세계차문화 축제와 삼화령 다례의 역사의 씨앗이 깊이 심어지게 된 것이다.

마침 그 무렵 간경화로 사망 선고를 받은 분이 대표적인 보이차를 거의 매일 마셔서 6개월 만에 기적적으로 간을 회복하는 일이 있었다. 이런 얘기를 접한 김 위원장은 아사가의 김 관장이 소개해 주는 대로 믿고 차를 마셨다. 간은 안 좋은 상태였지만 김 위원장은 영업상 부득이하게 술을 먹고 그러는 틈틈이 보이차를 챙겨 먹었다. 한동안 이같은 생활이 지속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언젠가부터 아침이 가뿐해졌으며, 점차 속이 쓰린 증상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비즈니스 하려면 억지로라도 술을 먹어야 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비즈니스를 하는 차인들은 술을 먹는 틈틈이 짬을 내서 보이차를 마시곤 했다. 그런 ‘차와 곡주’를 쌓아가는 ‘차곡차곡’의 생활 때문인지 목은 이색을 비롯해서 수많은 차인들이 술과 차 라이벌 간의 우정을 논하곤 했었나 보다.

여하튼 격무로 인한 피로와 음주에 시달리던 김 위원장에게 보이차는 사면초가를 풀어준 100만 원군과 다름이 없었다. 초패왕 항우가 될 뻔했던 김 위원장의 간은 7542, 7572, 8582, 조기광운공병, 중차패, 73청병, 동경호(1930년), 홍인, 남인철병, 대(소)황인 등을 만나면서 호전되었다. 그러면서 보이차의 품질만 제대로 확인되면 몸, 특히 간을 상당히 건강하게 전환시켜주는 약성이 강한 하나의 물질(음료)로 인정하게 되었다. 그런 개인적인 경험이 김 위원장의 ‘차’에 대한 가치관을 성립시켰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2013년부터 보이차 가격이 갑자기 비싸지면서 이런 보이차 족보에 나오는 명차를 접하는 것이 어려워진 현실이다. 지금은 사서 마시기 어려운 73청병 등을 김 위원장은 경주세계차문화축제에 참가한 손님들에게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좋은 차를 마셔야 차의 기준을 잡을 수 있다는 신념을 위해서 나눔을 실천한 것이다. 히말라야에 오르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산들의 높이를 말할 수 있을까? 자칫 오해하기 쉬운 부분도 있지만, ‘장삿속’이 아니라 나눔이라는 ‘공유’를 위한 실천은 대승적인 보시로 보살행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 혼자만 마실 것이 아니라 주위와 나누고 나아가 국민을 넘어 세계인 모두가 좋은 차를 마셔서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의 당연한 결과였다. 현대인들은 커피나 콜라와 같은 청량음료가 우리 인체에 해롭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선뜻 끊기가 어렵다. 차는 한 번에 한통씩 사다보니 가격도 저렴하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실제로 차 4g이면 하루 종일 몇 잔을 마셔도 남을 정도이다. 그런 계산을 해보면 너무나 싸고 건강한 음료인 차와 우리가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우리 차인들에게 있는 것이다.

나만의 차회를 비롯해서 수많은 모임에 차를 내면서 우리는 자주 차를 마신다. 우선은 차인들이 매일매일 모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찻물과 공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차의 본연의 특성인 맑고 깨끗함을 느낄 수 있는 찻자리(차회)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를 좋아하는 동호인들이 시간을 내어 자주 함께 어울러 지내야 한다. 공동체를 이루어 같이 살면 좋지만 그건 쉽지 않은 현실이니 직접 또는 비대면 화상영상(Zoom)을 통해서라도 자주 ‘차회’를 열어야 한다. 국립 경상대학교 한국차문화연구원의 정헌식 원장의 말처럼 “차회를 여는 사람이 바로 차인”이기 때문이다.

경주세계차문화축제에서는 한중일과 대만 4개국 등의 수많은 나라의 차인들이 모여서 차의 우열을 정하지 않고 그냥 음미하며 즐긴다. 본질적으로 단순한 품평회가 아닌 경주 차문화의 저변확대를 위한 자리이지만, 이를 통해 누가 낫다 못하다가 아니라 상대방의 귀한 차를 서로 소중하게 인정하고 취급하며 교류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생산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차종에도 관계없이 취향, 체질, 몸 상태 등에 맞게 차를 마실 수 있게 되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녹차는 봄의 신선한 향기를 차인에게 공급함으로 인하여 차인들의 정신이 맑아지게 한다. 자연의 가감 없는 차나무 그대로의 향기를 차인들이 바로 섭취할 수 있다는 부분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아침 식전에 장복하면 우선 위에 부담을 주고 몸을 차게 함으로써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맛과 향을 보는 차문화에서는 탁월하지만 일상생활의 약성에서는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없지 않다. 그에 반해 보이차는 봄의 내음을 바로 전하지는 못하지만, 좋은 보이차가 30년 이상 잘 보관되고 발효되면 깊이가 생기고 바디감도 묵직하다. 좋은 노차는 5장 6부의 해독작용에 약효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배의 온도 나아가 체온을 1도 정도 높여 면역력을 강화시킨다. 지금 같은 코로나 19 시기에 강점이 있다. 여기에 폐기능을 강화하는 침향을 첨가해도 더 좋은 보이차에 대한 효능은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귀띔한다.

-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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