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바일제법 제62~64조
재결된 쟁사 거듭 갈마에 부쳐도 안 돼

 

바일제법 제62조는 음충수계(飮蟲水戒)로서 한자 그대로 풀이를 하자면 생물(벌레)이 있는 물을 마시면 안 된다는 뜻이지만 빨리어의 의미 등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물을 마시는 행위뿐만 아니라 발우를 씻는다던지 손과 발을 씻을 때도 본 조문이 적용된다. 즉 비구가 생물이 있음을 알면서도 사용한다면 바일제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본 조문을 보면 발우공양 때 염송하는 정식게(淨食偈)가 생각이 난다.

오관일적수 (吾觀一滴水) 내가 한 방울의 물을 관찰해보니
팔만사천충 (八萬四千蟲) 팔만사천의 생물이 있구나
약불염차주 (若不念此呪) 만약 이 주문을 염하지 않는다면
여식중생육 (如食衆生肉) 중생의 살을 먹는 것과 같다.
‘옴 살바 나유타 발다나야 반다반다 사바하’

바일제법 제62조의 생물의 범위는 육안으로 보이는 것에 한정되었지만 정식게에서는 한 방울의 물에 팔만사천의 생물이 있음을 여실히 관찰하였다고 하였다. 솔직히 필자는 한 방울의 물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는지 관할 수 있는 힘이 없기에 정식게의 게송을 그대로 믿고 한 발우 가득 담긴 물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있을까 생각하며 이 게송과 주문만큼은 지극히 염하면서 발우공양에 임한다.

바일제법 제63조는 발쟁계(發諍戒)이다. 본 조문은 승가의 의사결정 방법인 갈마(kamma)작법에 의해서 여법하게 결정된 쟁사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다시 의제로 삼으면 안 된다는 계로서 6군비구가 승가의 갈마에 의해서 결정된 사안에 불만을 품고 소란을 피워 제정되었다. 조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도 알면서 여법하게 재결된 쟁사를 거듭 갈마에 붙이려고 반대하면 바일제이다.”

조문에 명시된 쟁사는 언쟁(言諍), 교계쟁(敎誡諍), 범죄쟁(犯罪諍), 상소행사쟁(常所行事諍)의 4종류가 있는데 첫째, 언쟁은 교법, 계율의 해석에 관한 논쟁을 말한다. 둘째, 교계쟁은 비방쟁(誹謗諍)이라고도 하는데 청정비구를 비방하면서 일어나는 논쟁을 말한다. 셋째, 범죄쟁은 계를 범한 비구를 승가에 고했을 때 일어나는 논쟁을 말하며 넷째, 상소행사쟁은 비구들의 의무사항인 포살(布薩)과 자자(自恣) 등에 관한 내용이다. 이 쟁사들은 본 연재의 끝 무렵에 승가의 쟁사를 해결하는 7멸쟁법(七滅諍法)에서 조금 더 다루기로 하겠다.

바일제법 제64조는 부타추죄계(覆他麤罪戒)이다. 여기서 ‘부(覆)’자는 ‘복장(覆藏)’의 의미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도 알면서 [다른] 비구의 추죄를 복장하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에 명시된 추죄란 승가에서 축출되는 바라이죄와 승가에 남을 수 있는 죄 중에 가장 무거운 승잔죄를 말한다. 우리는 가끔 어떤 비구가 죄를 저질렀을 때 이런저런 이유로 그 죄를 승가에 알리지 않고 묻어 두는 경향이 있다. 필자 또한 그런 경우가 있었고, 또는 필자의 죄를 ‘인간적인 도리’라는 명분으로 도반이 덮어 두는 일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천수경을 염송할 때 참회게부터 참회진언까지 왠지 더 숙연해지며 간절히 진참회를 바라게 되는 것 같다. 본 조문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신도들의 경우 천수경을 우리말로 독송하게 하면 십악참회에서 몇몇 신도들이 훌쩍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자신이 덮어 두었던 자신의 죄가 어느 정도 사라지는 순간이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ㆍ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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