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홍인의 전법게

사랑으로 씨를 뿌리니
사랑을 받을 땅이 있어 과실이 난다
사랑이 없으면 씨 또한 없어
불성도 태어남도 없으리라.

有性來下種 因地果還生
無情亦無種 無性也無生

이 게송은 제5조 홍인대사가 6조 혜능대사에게 내린 전법게다. 스승 도신이 홍인에게 내린 전법게도 이와 비슷하다. “꽃의 종자에 생의 성(性)이 있고 땅을 인하여 꽃은 생생한다” 라는 전법게와 함께 달마 이래 전해 내려오는 전법의 의발을 홍인에게 주었다. 이 전법게 또한 3조 승찬이 도신에게 준 전법게 “꽃씨는 땅을 인하고 땅을 의지하여 꽃을 피운다 하나 만일 사람이 씨를 심지 아니하면 꽃씨는 다하여 생이 없다”와 궤를 같이 한다. 이들 전법게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인과의 관계다. 그렇지만 인과의 관계가 아무리 분명해도 그것을 맺는 인연, 즉 씨를 뿌리는 행위가 없으면 아무런 결과도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신이 홍인에게 준 전법게도 이 같은 부촉을 하고 있다. 홍인의 명성은 도신의 전법이 있고 나서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조당집』은 당시 7백 여 명의 대중이 홍인 문하에서 수행했다고 전하고 있다. 거기엔 신수라는 거물급 법기(法器)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홍인은 방앗간지기에 불과했고 더군다나 머리를 기르고 있던 속인 신분의 혜능에게 이 게송과 함께 의발을 전수했다. 혜능이 절구질을 하며 순금의 제련과정처럼 자신을 철저히 다져온 인고의 세월을 전법게는 그 내용처럼 인과의 이치를 일깨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혜능은 이 전법게를 시점으로 남쪽을 향해 야반도주했다. 이후 이 사건들에 대한 후대의 해석은 분분하다.

-마조도일의 전법게

마음 밖에 본래 법이 없음이라
부촉함이 있다면 마음 법이 아닐지니
이미 알지어다 마음 법이 아님을
이와 같은 마음법을 부촉하노라.

心外本無法 有付非心法
旣知非法心 如是付心法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대사가 선림청규를 제정한 것으로 유명한 백장회해(百丈懷海 720∼814)선사에게 내린 전법게다. 심인(心印)을 전하고 있는 이 게송은 부처님이 가섭에게 주었다는 전법게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마음이 곧 부처’라는 즉심즉불(卽心卽佛)의 마조 특유의 선리가 배어있음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물론 마음이 부처라는 말은 마조의 창작은 아니다. 그렇지만 흔히 마음이 부처라고 할 때 마음을 ‘자성청정심’으로 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러한 마조의 가르침에 문을 열고 들어온 문하생이 백장 대매 등 139명에 이르렀고 입실제자만 해도 84명이나 되었다. 마조로부터 일상적인 생활에서 선을 구가하는 선풍이 발현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것이 즉심즉불이며 평상심이라는 것이다.

전법게를 전해받은 백장선사는 당시 마조의 우레 같은 할로 사흘 동안 귀가 멀었다고 한다. 백장에 남아있던 깨달음의 체취마저 일소해버린 마조의 일할이 얼마나 높고 귀하게 평가되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법게를 음미하면 역시 마조다운 선풍이 깊게 배어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불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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