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바일제법 제58~61조

장난으로 비구옷 숨겨도 바일제 해당

 

바일제법 제58조 불괴색계(不壞色戒)의 조문은 다음과 같다.

“새 옷을 얻은 비구는 세 가지 괴색 중 어떠한 한 가지의 괴색을 취해야 한다. 청색(靑色), 혹은 니색(泥色, 진흙색), 혹은 흑색(黑色)이다. 만약 비구가 세 가지 괴색 중 어떤 한 가지를 취하지 아니하고 새 옷을 사용한다면 바일제이다.”

조문만 봤을 때는 부처님께서 왜 새 옷에 세 가지 괴색 중 하나를 사용하라고 하셨는지 알기 어려워 ‘혹시 새 옷에 대한 탐착을 경계하셨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빨리어 율장의 인연담을 보면 현실적인 상황이 드러난다. 한때 도적들이 비구들뿐만 아니라 외도사문, 재가자의 옷을 빼앗았는데 나중에 왕의 군사들이 도적들을 체포하였다. 군사들이 비구들에게 옷들을 보여주며 각자의 옷을 가지고 가게 하였는데 옷에 표시가 되어 있지 않으니 어떤 옷이 자기 것인지 알지 못하였다. 비구들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외도사문들이 비구들의 좋은 옷을 가지고 가버렸기 때문에 왕의 신하들은 자기 옷도 찾지 못하는 비구들을 비방하였고 부처님께서는 이 사실을 아시고 본 조문을 제정하셨다. 그러므로 본 조문은 내 옷을 잘 알고 챙기자는 의미인데 요즘 가사와 장삼, 승복 등에 스님의 법명과 시주자의 이름을 새긴 걸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조문이다.

바일제법 제59조는 정시의불어취계(淨施衣不語取戒)이다. ‘정시의(淨施衣)’를 간단히 말하면 비구가 다른 비구, 혹은 비구니, 식차마나(정학녀), 사미, 사미니에게 자신의 옷을 보관시킨 옷을 말한다. 이 경우에 옷의 보관을 맡은 사람은 자신의 옷이 아니니 본래 옷의 주인인 비구가 옷을 돌려 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당연히 반환하여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그 옷을 주인(보관자) 동의 없이 사용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정시 받은 옷을 보관자 몰래 사용했던 비구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본 조문은 남의 것을 내 것처럼 사용했던 비구들로 인해 제정되었다.

바일제법 제60조 은닉타의발계(隱匿他衣鉢戒)의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 할지라도 비구의 발우, 혹은 옷, 혹은 좌구, 혹은 침통, 혹은 허리띠를 숨기거나 혹은 숨기게 한다면, 장난이라도 바일제이다.”

조문을 보면 보충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 뜻이 잘 나타나 있다. 본 조문은 6군비구가 나이 어린 17군 비구의 발우를 장난삼아 숨기자 17군비구가 울음을 터뜨려 제정되었다. 비구는 하루에 한 번 만 공양을 하므로 만약 누가 장난삼아 발우를 숨겨 놓으면 발우가 없는 비구는 하루를 쫄딱 굶게 된다. 더군다나 나이 어린 비구들의 경우 하루를 굶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런 장난을 하지 말라고 하신 것이다.

바일제법 제61조는 탈축생명계(奪畜生命戒)로 조문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어떠한 비구라도 고의로 생물의 목숨을 앗으면 바일제이다.”

인연담을 보면 출가 전 궁사였던 우다이 비구가 새를 좋아하지 않아 새만 보면 활을 쏴 머리를 잘라 꼬챙이에 꿰어놓은 것을 다른 비구들이 비난하였다는 내용이다. 빨리어 율장에서는 ‘고의’를 ‘알면서, 승인하면서, 생각하면서, 주의해서, 위범하는 것’이라 정의하였고, ‘생물’은 ‘축생’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승불교사상에서 생명을 소중하게 여겨 살생을 엄격히 금하는 계율에 비해 본 조문은 그 죄과가 상당히 가볍게 느껴진다. 고의로 축생을 죽였을 경우 대중 앞에서 참회만 하면 죄가 소멸되니 우리의 관념이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ㆍ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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