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우리의 차
⓹ 경주세계차문화축제 김은호 위원장 2
일본이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차와 차문화에 대한 애정 각별
다양한 제품 만들어 건강 기여
외화낭비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

김은호 위원장 차실 외부 풍경.
김은호 위원장 차실 외부 풍경.

 

우리 차인들은 신라 이래로 우리와 깊은 교류를 해 온 일본의 차문화 역시 그 원조가 우리 한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용장사로 찾아온 준 화상을 만난, 우리 차문화의 중시조격인 매월당 김시습이 일본의 대표적인 차문화인 와비차 즉 초암차에 영향을 주었다는 견해도 있다. 백제뿐만 아니라 통일신라와도 깊은 교류를 해 온 일본에게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준 곳은 중국이 아니라 우리라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검토의 여지가 있지만 여기서 차문화만 예외는 아닐 듯싶다.

그렇다고 우리가 차문화에서 일본의 선조에 해당하며, 일본보다 앞선다고 떠들 일도 아니다. 지금의 우리의 차문화나 차살림 특히 일상에서의 차의 비중이나 일반인들의 차에 대한 인식 등을 보면 앞뒤 가리지 않고 그리 쉽게 말할 것만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일 양국의 차인들이 형제처럼 함께 차를 마시자는 마음이 서로에게 들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김은호 위원장은 강조한다.

그러고 보면 조선시대 우리 도공들이 만든 훌륭한 이도다완이 한국의 박물관에는 없지만 오히려 일본 교토 다이도쿠지 고호안에는 국보(기자에몬 이도)로 소장되어 있는 기현상이 존재한다. 누구는 우리에게는 개밥그릇으로도 쓰였을지도 모를 막사발이 차사발 이도다완에 일본인들은 열광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은 차를 마시는 ‘금오다실’이라는 방을 따로 두었다. 영의정을 지냈던 이산해(1539∼1609)는 시를 통해 “나의 삶, 다완과 시를 지어 담아 놓는 시통만 있으면 족하리”라고 했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고경명(1533∼1592)은 1585년 겨울에 쓴 시에서 ‘산성명완(山城茗椀)’이라고 할 정도로 차사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차인들에게 귀했던 이도다완과 그것을 만드는 도공을 구하기 위해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킨 것이라는 가설도 제시된 바 있다. 이른 바 도자기, 더 명확히 이야기하면 ‘이도다완’을 구하기 위한 이른바 ‘차’전쟁이었다. 아편전쟁이나 보스턴차 사건과는 달리, 차나무를 넉넉히 가졌던 일본과 우리 사이의 왜란은 차가 아닌 다구를 얻기 위한 침략전쟁이었던 것이다. 이런 가설이 가능한 것은 센노리큐(1522∼1591)가 1588년 다회에서 깨진 쓰쓰이쓰쓰 이도다완을 수리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바쳤을 때. 이 이도다완으로 일본 오사카성과도 바꿀 수 없다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다는 풍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까닭에 우리 차인들이 소중히 여기던 다완을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이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사랑했다는 부분에 대해 우리 차인들은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김 위원장은 전한다.

미국의 독립운동의 계기가 된 보스톤 차 사건의 원어는 ‘Boston Tea Party’이다. 이 말은 결국 차를 바닷물에 타 마신다는 것인지 차를 타서 물고기에 줘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나름의 미국식 특유의 위트를 반영한 것이다. 여하튼 몇 개의 세계적 대사건에서 보듯이 차와 차문화의 위상은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다. 영국 역시 한 때 차문화가 귀족들의 장식물이 되어 차도구에 묻혀서 ‘차’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하지만 1.2차 세계대전시에 군인들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배급되었던 일상의 ‘차’가 이제 ‘애프터눈티’라는 차문화로 영국을 다시 한 번 세계무대의 중심에 서게 했다.

차회시 다탁의 찻잔들.
차회시 다탁의 찻잔들.

 

K-pop을 비롯하여 우리의 영화 등이 세계를 선도하기 시작한 오늘. 이제 우리 차문화 역시 빨리 전세계의 차문화를 받아들여 우리 본래의 차정신을 기반으로 발전시켜 다시 세계로 역수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와 같이 전 인류가 함께 즐기는 ‘차’문화를 통해서 인간의 본래 마음을 회복하여 인류 보편적 가치를 실천하는 ‘보살행’을 통해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들어가야 할 의무가 우리 차인에게 있다.

이처럼 물질문화 가운데 특별히 차는 마시는 친환경적인 음료의 범주를 넘어, 세계인의 남녀노소와 민족, 종교, 인종을 넘어 커피보다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체로서의 자리매김에 우리가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까닭에 우리도 더 좋은 가루녹차를 생산하고 더 맛있는 라떼도 만드는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스스로 찾아서 마시게 하고 그 결과로서 국민건강에 기여하고 외화낭비도 줄여야 한다.

우리 주변에 더러 녹차와 애국심을 연결하는 차인들이 있다. 같은 녹차라도 일본과 중국차를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차의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차를 아끼는 일본인과 중국인이 있듯이 기호식품이기도 한 녹차를 국가주의와 연결시키는 것은 세계화의 추세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광산을 사듯이, 보이차 역시 중국 운남성의 차산을 사거나 임대해서 우리가 직접 가꾸도록 해야 한다. 남원 매월당의 신목 오동섭 대표처럼 세계에 자랑할 만큼의 위생적인 방법으로 친환경 아니 자연의 모습 그대로의 차의 맛과 향을 살려서 최고의 보이차를 만들어야 한다. 보이차의 적합한 운남의 좋은 찻잎으로 맑고 향기로운 차를 잘 만들어서 공급하는 것도 우리는 물론 세계에 공헌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꼭 우리 땅에서 나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제 화두는 우리의 차문화와 기술로 세계화를 이뤄야 한다.

차는 우리 몸과 정신을 훈훈하고 따뜻하고 평온하게 하는 물질이고 그것을 마시는 차인 역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차품이 인품이다. 그렇게 국민 음료가 되어야 하고 나아가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료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차문화가 인간생활 특히, 건강에 밀접하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된다. 까닭에 녹차만 고집하지 말고 국민건강과 행복에 이바지할 수 있는 차를 연구하고자 한․중․일․대만의 차인을 모아 함께 고민하고 대화를 하는 장이 바로 경주세계차문화축제이다. 우선, 차문화의 발상지인 동북아의 모든 국민들이 심신이 다 건강하자고 생각하여 오픈하게 되었다고 김 위원장은 전한다.

-전법사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