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5번째 맞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씁쓰레한 뉴스 하나를 접하면서, 인간의 갈애(욕망)의 끝은 어디일까를 생각해봤다. 미국의 억만장자 빌 게이츠 이야기다. 평소 세계 최고의 갑부이자 최대의 자선가로만 알고 있던 빌 게이츠의 그늘진 삶이 전 세계인을 놀라움과 경악에 빠뜨린 것이다. 물론, 아내와 이혼했다는 소식은 그냥 가십 정도로 지나갈 만하다. 그러나 그의 뒷면에 숨겨진 ‘비밀’들은 ‘발밑에 독사가 우글거리는 데도 끊어지기 직전의 등나무 줄기에 매달려 떨어지는 꿀을 받아먹는’ 안수정등(岸樹井藤) 같은 인간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했다.

빌 게이츠가 누군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한때 미국 갑부 1호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은퇴 한 뒤엔 파격적인 자선사업으로 온 인류를 감동시킨 인물이었다. 빈곤 퇴치는 물론, 아프리카나 저개발국가를 지원하고, 근자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개발에도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ility obliges)’의 실천적 모범사례를 보여주었다. 그런 그가 하루아침에 갈애(욕망)에 사로잡혀 ‘문란한 성애 생활과 초호화 나체파티’ 등을 벌이고 산 그늘진 사람으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빌 게이츠의 그 같은 추락은 인간의 갈애(욕망)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무서운 불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사례가 됐다. 현실을 직시하면, 우리 인간은 갈애로 인해 어디 한 곳 제대로 발 딛고 살 장소가 없는 나약한 존재다. 부처님은 그러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저 3천여 년 전,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를 부르짖으며 이 땅에 오신 것이다. 2,565번째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나의 갈애, 나의 욕망, 나의 고통은 어디에 있고, 무엇에 빠져 있는지, 깊이 각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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