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한어(佛典漢語)의 복음절사(複音節詞)와 문법연구

태고종립 동방불교대학 교수 수암(修庵)스님이 지난 2월 27일 열린 중앙승가대학 2013학년도 학위식에서 불교학과 역경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논문의 제목은 <불전한어(佛典漢語)의 복음절사(複音節詞)와 문법연구(文法硏究)>이다.
스님의 논문은 국내 불교학분야에서는 그동안 연구가 안된 분야를 연구한 점에서 선도적 역할을 기대할 만하며 후속연구에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인정된다. 스님의 논문은 불교학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데 큰 의미를 들 수 있다.

수암스님은 그동안 석사학위 논문으로는 <대승기신론의 일심삼대사상의 연구> <불전한어의 어음연구> 박사학위 논문으로는 <경덕전등록 게송의 시가형식과 선사상 연구> <불전한어의 복음절사와 문법연구> 등이다.
수암스님은 그동안 종립 동방불교대학에서 10여년, 제주대학교에서 15여년 강의를 하면서 이러한 학문성과를 이루었다.
수암스님의 <불전한어(佛典漢語)의 복음절사(複音節詞)와 문법연구(文法硏究)> 논문을 요약 게재한다.  <편집자 주>

최근 한글대장경 번역본에서 적지 않은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몇몇 학자들은 각 품사별로 잘못된 번역을 지적하면서 수정안으로 원문에 문장부호를 넣고 새로운 번역을 시도하였다.

그들은 스님들이 번역을 하면서 잘못된 곳을 수정하면서 주해한 것조차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참으로 충격적인 지적이다. 이것이 정말이라면 한역불전에 의지해 교학체계를 형성해온 한국불교교학은 그 바탕부터가 매우 의심스러운 것이 된다. 왜냐하면 원전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면 그 위에 쌓아져온 교학은 어떤 것인지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서도 반박 논문이나 새로운 주해본이 나오고 있지 않다. 무엇이 문제이기에 스님들의 한역불전 해독능력이 송두리째 의심받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오직 한역불전의 어학적 연구를 통해 불전 해석상의 오류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며 불전문장의 정확한 뜻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한역불전을 오늘날 옥편에 기재된 한자의 뜻을 근거로 역경하는 것은 겉으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한자는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의 뜻이 조금도 변함없이 오늘에 이른 것이 아니고, 의미나 소리 등의 방면에서 수없이 많은 변화를 하였기 때문에 단순하게 오늘날의 뜻과 소리에만 의존하여 역경한다면 오역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한역불전을 올바르게 역경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자의 최초의 뜻과 소리를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과 같은 의미와 소리를 갖게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심도있게 불교사상과 철학을 연구하고자 할 때 언어를 기록하는 한자의 기본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불전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데에도 편리함을 제공하여 줄 것이다. 글자 하나가 달라지므로 뜻이 달라지고, 뜻이 달라지므로 사상과 수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상응하는 문법 실력도 갖추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한어역사문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전 역경상의 오류를 피하고, 불전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중국의 언어학적 접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불전한어에 대한 연구는 극히 미미하다. 한역불전의 언어에 대한 역사적인 분석, 이어동의(異語同義) 사휘(詞彙)의 어원문제, 그리고 불교 언어의 연구에 의한 당시 불교문화실태에 대한 분석 등의 연구는 거의 공백상태이다. 이를 극복하려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견지에서 한어발달사의 연구 성과를 빌어 음운학, 사휘학, 문법학적인 차원에서 불교 언어가 한어에 끼친 영향과 불전한어의 형성과 특징에 대해 규명하려고 한다.

불교가 한대의 중국으로 전래되면서 불전역경도 함께 시작되었다. 중국의 번역사상 첫 번째로 기록되는 불전역경은 천년 동안 탄생, 발전, 성황, 쇠락의 단계를 거치면서 중국불교의 기초를 세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통문화를 풍부하게 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중국어와 중국문학 발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불전의 한역과정에서 나타난 성과는 외래사의 성분을 과감히 수용하여 중국어와 범어의 결합, 운문과 산문의 혼용을 통해 중국어의 사휘 · 음운 · 문법 · 문체 · 문자 등의 변화와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불교가 중국문화에 미친 영향은 철학사상 · 윤리도덕· 정치경제· 문학예술· 민속학· 역사학에서부터 천문· 지리· 의학 등 모든 영역에 걸쳐있으나, 사실 언어가 받은 영향이 가장 직접적이고 크다. 대량의 한역불전과 빈번한 불교의식은 한어의 새로운 사휘와 어법의 생성을 촉진시켰을 뿐만 아니라, 일상용어· 성어· 숙어· 속담 등에 짙은 불교문화의 흔적을 남겨 놓았다. 수많은 불교와 관련된 사휘가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과 글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한역 불전언어는 어떻게 구성되었을까? 범어 원전언어와 한어는 구조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어, 한어 고유의 언어성분만 가지고는 원전의 내용을 정확하게 역경해낼 수 없었다. 역경사들은 음역 이외에도 한어 혹은 역경사의 모국어 체계에도 대체할 만한 방식이 없는 언어성분을 번역하기 위해 원래 한어에 없던 사휘나 어법이 새로 생기게 되었다.

중국 언어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불경에 쓰인 언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역불전의 언어와 기타 중국 문헌의 언어는 차별이 뚜렷하다.’ 라고 하고 다시‘한역불전은 문언과 구어(口語)가 혼합되고, 한어와 외래사가 혼합된 반전통적인 새로운 형태의 서면어의 하나로 우리는 ‘불교혼합한어(佛敎混合漢語)’ 또는 ’불전한어(佛典漢語)‘라고 부른다.’라고 하였다. 불전한어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언어 발전의 결과에서 본다면, 불전한어는 한민족의 언어문화와 여타 다른 민족과 언어문화 교류의 결정체이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어 초역된 불전은 인도 범본을 직접 역출해낸 것이 아니라 서역의 율특어(栗特語), 화전어(和闐語), 토화라어(吐火羅語) 등으로 된 불전을 호본(胡本)이라 하여 역경하였으며, 초전 시기에는 ‘격의화’의 과정을 거쳐 중국전통문화에 침투하기 시작하였고 점차적으로 중국전통문화와 융합 항쟁하면서 중국 독자적인 불교를 형성시킨 원동력이 역경인 것이며, 중국 불교사는 ‘역경의 역사’라 할 만큼 불전의 한역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이에 한역된 불전 속에는 언어이론에 관한 많은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불교의 전파는 중국 고대 언어학과 한어발전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한어발달사에 있어서 몇 단계의 시대구분이 있는데 불교경론의 역경 시기가 바로 중고 시기(위진남북조-수당조)에 해당된다. 이 시기에 한어발달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발전과 변화를 가져온 시기이다. 이러한 획기적인 발전과 변화를 가져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불교 언어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당대 현응의『일체경음의』와 혜림의『일체경음의』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중국에서 불전의 한역이 해가 지날수록 성행하고 있었으나 그 번역 속에는 많은 음사어(音寫語)가 있었다. 또 시대의 경과에 따라 한역된 말에도 원의(原義)가 불확실한 것이 생기게 되었다. 이에 종래의 한역불전에 나타난 음사나 난해한 자구를 설명하는 사전의 필요성을 통감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7세기에 현장(玄奘)이 소위 신역(新譯)을 제창함으로써 특히 현저하게 되었다. 혜림(慧琳)의『일체경음의(一切經音義)』에서는 종래의 잘못된 역어를 바꾸고, 음사라 하더라도 중기 인도어적인 음훈으로부터 묘사된 것을 산스크리트로부터의 음사로 고치는 등의 개혁을 단행했던 것이다.

그러나 불전을 한어로 역경하는 일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었다. 중국인들에게 불교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불경이 지닌 사상적인 내용을 중국 고유의 전통적인 사상이나 문화에서 찾아 역경을 해야 했으며, 더욱 어려운 것은 표음문자(表音文字)인 범어(梵語 Sanskrit)와는 달리 한 글자 한 글자가 독립된 의미를 갖는 표의문자(表意文字)로 역경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표음문자인 범어를 표의문자인 한어로 역경하는 과정에서 범어가 한어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였던 것이다.
본 논문은 불전한어를 크게 음운, 사휘, 문법 세 방면으로 나누어 논술하였다.

첫째, 한어음운에 대한 영향

한역불전이 중국음운학에 미친 영향 역시 지대하다. 한어의 반절 ·자모, 등운도, 사성(四聲)이 모두 불교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1) 반절은 한대에는 훈고학이 성행하여 비황· 독약· 직음법과 같은 음표기법이 유행하고 있었으나, 후한시기에 불교가 전래되자 표음문자인 범문의 영향으로 언어학적인 근거에 따라 본격적으로 성(聲)과 운(韻)으로 분석하는 개념이 생기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반절법을 고안하게 된 것이다.

2) 자모(字母)는 반절법이 생겨『광운』과 같은 운서에서는 많은 반절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사용하는 글자가 너무 많아 번잡하였으므로, 그 가운데에서 한 글자를 골라 언제나 같은 글자로 특정의 성모를 대표하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중국에는 고래로 자모에 대한 관념이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불경의 전래과정에서 접하게 된 바라문서 14자나『화엄경42자관문경』 등을 참고로 하여, 범어와 한어 사이의 음운체계를 고려하여 수온(守溫)과 같은 승려가 창출하여 전한 것이다.

3) 등운도는 반절의 보완방법으로 그려진 도표인 운도는, 인도에서 아동에게 범문을 가르치기 위해 범어의 성모와 운모를 위와 오른 쪽에 배열하여 만든 일종의 식자용자모표(識字用字母表)인 실담장(悉曇章)을 모방한 것으로 이것 역시 불교의 전래와 더불어 중국에 전해진 것이다.

4)성조(聲調)는 범문에 장단음이 있었으므로 이런 범어의 자모를 한어로 번역하는 데에는 반드시 장단음의 구별을 필요로 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성조의 높낮이에 따라 udātta, svarita, anudatta 등 삼성(三聲)으로 나누었던 고대인도의 ‘성명론(聲明論)’을 모방하여, 먼저 평상거성(平‧上‧去聲)의 삼조로 나누고, 한어의 실정에 따라 입성(入聲)을 추가하여 사성(四聲)의 원리를 세웠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불교에서는 글자의 음을 논하고 글자의 뜻을 풀이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학문으로 받아들여졌다. 예를 들면, 당 현종 개원 초기에 중국에 전래된 밀교는 주문(진언)을 외우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呪文을 외울 때에는 반드시 실담(悉曇)으로 하고, 만약 음이 틀리면 영험함을 상실한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특히 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였다.
한편 중국의 광활한 지역에는 다양한 방언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지역 출신의 사이에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Bodhisattva(보디삿뜨바, 菩提薩埵)의 준말인 ‘보살’이 음사표기로 ‘부살(扶薩)’ ‘보살(菩薩)’ ‘보리색다(菩提索多)’ ‘모지살달부(冒地薩怛縛)’ 등이다. 의역하여 ‘도중생’ ‘각유정’ ‘대사’ ‘존인’ ‘성사’ 등 이 외에 ‘개사’ ‘시사’ 등 다양한 표기는 역사적 지리적인 발음과 역경자의 출신 지역 언어의 차이에서 나타난 음변 현상이며, 역경 또한 역경자들의 각이한 이해에 따른 여러 가지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중국어 사휘에 대한 영향

서역어 또는 범어로 된 원전 불전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새로운 사휘가 증가하였는데 그 수가 35, 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사휘의 구성에 따라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1) 중국어 원래의 사휘로 불교 의의를 나타낸다.
이렇게 사용된 중국어는 ‘격의’ 의 방법으로 차용되었거나, 원래의 의미에서 유추하여 또 다른 의미로 사용하였다. 그 결과 중국어 사휘가 원래의 의미에서 한층 더 확대되었다.
예 : 의식(意識) 색(色) 공(空) 루(漏) 경계(境界) 해탈(解脫) 장노(長老) 신통(神通) 인연(因緣) 지혜(智慧) 공양(供養) 여의(如意) 감로(甘露)……

2) 원전 그대로 직역(直譯)한다.
중국어의 의미는 버리고 원전 발음 표기로만 사용한다. 이러한 번역방법은 동한에서 당대까지 불전을 한역할 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였다.
예 : 비구(比丘) 비구니(比丘尼) 유가(瑜伽) 보리(菩提) ……

3) 원전의 의미를 중국어 사휘로 그대로 의역한다.
이 유형은 불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므로 중국어에 대한 영향이 비교적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사휘들이 대부분이다.
예 : 집착(執着) 허공(虛空) 평등(平等) 공적(空寂) 미혹(迷惑) 진실(眞實) 원만(圓滿) 심전(心田) 근기(根機) 실제(實際)……

4) 중국어와 범어가 혼합된 사휘이다.
이 유형 역시 중국어 사휘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역불전의 성격상 필연적 산물이다. 인도유럽어 계통으로 표음문자인 범어가 중국어로 번역되어 자리를 잡기는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기의 불전역경사들은 범어의 다음절음역 외래사사휘를 한 글자로 줄이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이런 방법으로 만들어진 사휘는 중국어 사휘와 결합하여 수많은 사휘를 새로 유추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불(佛)’은 ‘불타(佛陀)’, ‘부도(浮屠)’를 줄여서 표현한 것인데, 다른 사휘와 결합하여 ‘불경(佛經) 불광(佛光) 불사(佛寺) 불국(佛國) 불법(佛法)’ 등등의 사휘가 생겨났다.
또 ‘마(魔)’는 범어의 mara의 번역으로 불전에 나오는 악신의 이름이다. 원래 ‘마(磨)’이었는데 후에 마(魔)가 되었다. 마와 결합된 사로는 마귀(魔鬼) 마력(魔力) 마녀(魔女) 마법(魔法) 마두(魔頭) 악마(惡魔) 요마(妖魔)… 등등이 있다.
이러한 경향이 중국어의 복음절화를 촉진시켰다고도 할 수 있다. 역경사들이 범문의 특성을 고려하고 불전을 좀 더 알기 쉽게 번역하기 위해 대량의 이음절사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중국 국내의 최근 몇 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불전번역이 중국어에 미친 영향을 아래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중고 시기 중국어에 대량의 새로운 사를 첨가시킴 중고 시기 중국어에 새로운 뜻을 첨가시킴 중국어 사휘의 복음절화의 속도를 가속시킴 백화문의 형성의 길을 개척하였다.

셋째, 중국어 문법에 대한 영향

한역불전은 중국어의 문법과 문체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다. 중국어는 동한을 경계로 그 이전은 문언이 절대 우세하였고 그 후에는 문언과 백화문이 혼재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국면은 한역불전 언어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본다. 백화는 이것을 발단으로 중국어의 주류로 떠오르게 되었다.
위진 이후 중국어 문법은 불교문화의 영향 하에 변화 겪게 되는데, 다음과 같다.

1) 판단구(判斷句)는 ‘시(是)’를 사용하여 주어(主語)와 빈어(賓語)를 연결하고, 문장 말미에 ‘야(也) 의(矣) 이(耳) 언(焉)’ 등의 어기조사를 쓰지 않는다.

2) 피자구(被字句)는 선진 시기 ‘피(被)’ 뒤에 동사가 바로 오눈 문형에서 ‘피’ 뒤에 주동자(혹은 동작이나 도구)가 오는 문형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범어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3) 파자구(把字句)의 파는 원래 동사인데 대략 위진 남북조 시기부터 개사로 전환되어 빈어를 동사 앞에 오게 하는 작용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형식은 불전과 불교문학작품에서 제일 먼저 출현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파(把)’와 같은 의미인 개사 ‘장(將)’도 있다.

4) 동태조사(動態助詞) ‘착(着) 요(了)’는 동사 뒤에서 동작의 진행과 완성을 나타내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위진 남북조 이전에는 모두 동사였으나, 불전과 불교 문학작품 속에서 이미 동사의 기능이 약화된 조사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아마도 범어의 형태가 중국어에서 조사의 도움을 받아 체현된 최초의 예일 것이다. 동태조사의 출현은 중국어의 형태 결핍의 단점을 보완하게 하여 표현수단을 풍부하게 하였는데 이는 바로 불교문화의 매개를 통해 형태가 풍부한 범어와 혼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5)선어록의 경우는 옛 한문에 구어요소가 가미되어 중세중국어의 문법과 언어습관을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중국어에 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이 불교가 전래되면서 범어의 영향으로 음운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범어에 대한 어음지식은 중국의 언어학을 발달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특히 중국의 음운학은 불교의 전래로 말미암아 비로소 그 기초를 다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불교의 전래는 중고 시기 한어의 사휘나 어법뿐만 아니라 어음방면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한역불전의 언어를 연구하지 않고는, 중국 언어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러한 영향은 현대 한어에까지 이른다.
이와 같이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불전한어의 연구는 의미있는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불교에 대한 연구는 사상적인 면에 치우치고 있을 뿐, 어학적인 면은 무시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본 논문에서는 불전한어의 어음 어휘 어법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날 중국어학자들 사이에서, 당송 시기 입말(口語)은 근대한어의 전반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선종어록이 중국의 사휘학, 어법학, 성운학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부각되고 있어 다행한 일이다.
최근 일부 학승과 불교학 연구자를 중심으로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여, 한문불전 및 선어록에 쓰인 조기백화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중국어를 배우고자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불전 연구자나 학승들이 필요로 하는 중국어는 중국인과 회화를 하려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한역불전을 바르게 해석하는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중국어 발음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여 결국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인스님들은 중국 언어학을 알지 못하므로 불전해석이 어렵고, 중국 언어학자들은 불교를 모르니까 불전을 올바르게 해석할 수가 없다.
이러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역경학과에 불전한어 및 선어록을 언어학적 차원에서 전공한 중어중문학자를 초빙하여 특강을 개설함으로써 양쪽을 아우를 수 있는 학승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비로소 역경학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수암(修庵)스님 약력

선암사 강원 수료
원광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제주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제주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중앙승가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前 제주교구종무원장
前 동방불교대학 부학장
前 태고종 교육원장
前 제주대 중어중문과 철학과 강사
現 종립 중앙승가강원 대교과 강사
現 원로종책자문위원회 위원
現 원로회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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