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햄버거 먹고 싶어서 집 앞 버거킹 가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 못 다뤄서 20분 동

안 헤매다가 그냥 돌아왔다고 화난다고 전화했는데 말하시다가 울었다. 엄마는 이제 끝났다며 울었다.”

엊그제 신문에서 우연히 본 글이다. 디지털 외계인인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2020년 4월 경에 금융권 고위직 대상 연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연수생 대부분이 50대 중후반이라고 하여 늘 해오던 이야기의 초점을 약간 바꾸어 ‘디지털 외계인의 디지털 시대 생존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강연은 디지털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지, 이에 어떻게 적응하며 생존하고, 새로운 세상을 누릴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했다.

오래 전, 당시 60대 중반을 넘긴 부모님께 효도하는 마음으로 손으로 직접 켜고 끄는 구식 대신 리모컨이 달린 새 텔레비전을 사드린 적이 있다. 그런데 채널과 음량만 누르시라고 크게 표시까지 해드렸지만 실수로 다른 버튼이 눌러지는 경우가 자주 생겼다. 그럴 때마다 얼른 와서 고쳐달라는 전화를 하시면서 그냥 손으로 켜고 끄면 되는데 뭐 하러 바꾸었냐며 한동안 불편해 하시던 기억이 생생하다.

디지털 기기와 앱 앞에선 나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디지털 원주민들은 새로운 디지털 기기를 접하면 사용법을 몰라도 사용할 줄 안다. 디지털 외계인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법 설명을 들을 때는 알겠는데 돌아서면 막힌다. 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만 지나면 또 모른다. 앱도 그렇다. 원주민들은 새로운 앱 사용법도 금방 터득하지만 외계인들은 설명을 들어도 사용하기가 힘들다. 원주민들에게는 디지털 기기와 앱의 기본 구성과 작동 원리가 무의식 속에 이미 내장되어 있다. 반면 외계인들에게는 하나하나가 모두 낯설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디지털 기기와 앱이 외계인과 이주민 친화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또한 나이 들어 디지털 기기에 접한 외계인들 중에는 디지털 기기와 언어에 상당히 익숙해져서 이제는 디지털 이주민 수준으로 진화한 사람들도 많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4차 산업혁명시대는 삶이 아주 편리해진 시대, 전문가만 할 수 있던 것을 자신도 할 수 있게 된 시대라고 정리할 수 있다. 스마트 폰 덕에 내 삶도 편리해졌다. 전국을 누비고 다녀야 하는 나에게 버스와 기차 예매 앱, 그리고 택시 앱은 최고의 비서이다. 보이스 노트 류의 앱은 말을 받아 적어 파일로 만들어주고, 오피스 렌즈(office Lens)는 책을 텍스트 파일로 바꿔준다. 험온(HumOn)은 내가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클래식을 비롯한 뉴에지 등의 대단한 곡으로 만들어준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작곡이 가능해진 것이다. 동영상 편집 앱도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붙이고, 자르고, 배경 음악과 자막을 넣도록 만들어져 있다. 과거에는 전문가만이 할 수 있었고, 그러한 전문가가 되려면 많은 시간을 들여 기술을 익혀야 했지만 이제는 그러한 앱 덕분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쉽게 전문가 흉내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강연에서는 계획대로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미래 사회 모습을 그려주며, 디지털화 되어가는 세상에서 나를 포함한 디지털 외계인들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 새로운 세상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해 내 생각을 피력했다. 강연 중엔 관련 동영상을 보여주며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유튜브를 통한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탓인지 그 연수생들이 유튜브 제작 실습 연수를 받고 싶어 한다며 다시 강연 요청을 해왔다. 이쪽 분야 전문가 교수를 추천했더니 답이 걸작이다. 영어 초보자는 미국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으로부터 영어를 배워야 더 빨리 배울 수 있단다. 디지털 외계인들에게 디지털세계 언어와 적응법을 가르치는 데에 적합한 사람은 어쩌면 원주민이 아니라 먼저 이주하여 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나 같은 이주민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또 가기로 했다.

-광주교대 교수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