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현대불교문학상
상금 각 1천만원과 상패
부처님오신날 전 시상식

제22회 현대불교문학상 수상자들. 사진 왼쪽부터 시인 이하석, 소설가 성석제, 정휴 스님.
제22회 현대불교문학상 수상자들. 사진 왼쪽부터 시인 이하석, 소설가 성석제, 정휴 스님.

 

제22회 현대불교문학상 수상작에 시부문에선 이하석의 『향촌동 랩소디』가, 소설부문에선 성석제의 『왕은 안녕하시다』가, 선(禪)문학 부문에선 정휴 스님의 『백담사 무문관 일기』가 선정됐다.

특히 22회 현대불교문학상에는 불교문학 창달에 이바지한 승려 문인에게 수여하는 선 문학 부문을 신설해 불교문학을 견인해 온 정휴 스님을 수상자로 선정해 주목받고 있다.

심사는 위원장에 오세영 시인이, 심사위원으로 수완 스님(현대불교문인협회장), 윤후명(소설가), 공광규(시인) 씨가 참여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각 1천만 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시상식은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개최될 예정이다.

이하석의 수상 시집 『향촌동 랩소디』는 시인의 오랜 생활지이자 일터인 대구문학관이 있는 ‘추억의 치우친 골짜기’이자 ‘버린 얼굴들의 번지’인 향촌동 일대 추억을 세밀하게 소환, 음악의 랩소디 형식처럼 자유로우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로 새롭게 복원하고 있다. 시집에는 ‘향촌동’ 내에서 일어났던 다사다난한 6․25전쟁기에서 현대까지 들락거리던 ‘피난문단’ 인물들과 화가와 음악가, 일제강점기 건축물과 현대 골목의 풍경들이 추억의 화소로 반복된다. 반복은 음악의 형식이기도 하지만 시의 형식이기도 하다. 이 시집의 제목이 랩소디인 이유다. 심사위원들은 무상의 바람, 무상의 불 앞에서 아무런 형체도 없고 아무런 감각도 없는 추억과 기억뿐인 시집, 그래서 불교문학의 정신에 부합한 이 시집을 ‘무상의 관’인 현대불교문학상 수상작으로 꼽았다.

성석제의 『왕은 안녕하시다』는 조선의 한 파락호가 어린 세자와 의형제를 맺은 뒤 정쟁의 한복판에 서서 왕조의 높고 낮은 영역을 두루 체험하는 역사소설이다. 작가는 숙종 연간의 역사적 사실에 ‘성 별감’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끼워 넣고 서사의 입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 소설엔 이렇다 할 불교적 제재가 차용돼 있지 않지만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성 별감의 모험담을 통해 포말과 같은 개개인의 일상이 모여 파도와 같은 역사를 출렁이게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데, 이는 중중무진연기(重重無盡緣起)의 화엄세계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설된 선 문학 수상작으로 심사위원들은 첫 수상자로 정휴 스님을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정휴 스님은 전집을 출간할 만큼 많은 저서를 남겼고, 그 저서들은 불교의 선과 교를 아우르고 중국불교와 한국불교의 회통을 모색하는 방대하고도 웅숭깊은 것이어서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특히 당선작인 『백담사 무문관 일기』는 백담사 무문관에서 수행한 체험이 녹아 있어 “꽃향기를 맡지 말고 들어보라. 번뇌가 삭아서 녹아내리고 군살의 껍데기가 벗겨지는 아픔이 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기다림을 가져야 한다.”는 저자의 가르침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정휴 스님의 글을 이러쿵저러쿵 평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거년에 설악산 무문관(無門關)에서 보임(保任)하더니 문 없는 문을 부수고 나와서는 드디어 천하에 한 물건을 내놓았다. 그 말후구(末後句)는 일척안(一隻眼)을 얻은 종사(宗師)라 할지라도 혀를 빼물게 하는 것이니 어찌 경악하지 않을 수 잇겠는가. 납승은 더 이상 보아야 할 운도 말해야 할 입도 없다. 왜 그런지는 책을 펴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라고 찬(贊)했던 당시 백담사 무문관 조실 무산 스님의 말씀으로 심사평을 대신한다고 밝혔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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