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핵심 가치는 화합과 利他
선암사는 우리 모두의 것 우리 모두가 주인공
국민의 눈 염려 돼 사법부 판단 존중해야
그것이 和合衆의 본분
서로 상처받을 소송전은 더 이상 벌이지 말길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2월 5일,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선암사 전통야생차체험관 건물철거 소송’과 관련,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 왜곡을 바로 잡겠다”며 200여 명 규모로 ‘(가칭)한국불교 역사왜곡 사법부 규탄 및 한국불교 정체성 확립과 정화정신 계승을 위한 대한불교조계종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24일 ‘선암사 전통야생차체험관 건물철거 소송’에서 “실질적으로 사찰이 누구 것인지 실제 모습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1·2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조계종은 지난 2월 4일 종무회의를 열고 “법적권한 없이 순천 선암사를 무단 점유한 태고종을 합법화해준 사법부의 역사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대책위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왜곡함은 물론 사법부에 의한 제2의 10·27법난과도 같은 사건”이라고 규정하기까지 했다.

묻고 싶다. 정말로 그러한가. 정말로, 정말로, 그러한가.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태고종도 이 같은 사태를 어느 정도는 예견했다. 그래도 충격이다. 충격의 도를 넘어 과연 우리 한국불교가 석가모니 부처님을 교주로 하는 일불제자(一佛弟子)가 맞는지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조계종이 이렇듯 대책위까지 출범시키며 사법부 판단마저 뒤집자고 나선 데는 저간의 내부사정도 있으리라 여긴다. 그러나, 과연, 이때, 일불제자라 자칭하는 우리 한국불교계가 이렇게 서로에게 상처받을 일을 해야 되겠는가. 그렇잖아도 지난해 벽두부터 불어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멍든 국민들과 불자들의 가슴을 다시 아프게 해야 할 때인가.

사법부도 보는 눈이 있고, 국가와 국민들도 보는 눈이 있고, 불자들도 보는 눈이 있다.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국민과 불자들의 눈이다. 아직도 꺼지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종식시키기 위해 온 국민이 화합하고 똘똘 뭉쳐야 할 판에 타의 모범 중에서도 모범이 되어야 할 한국불교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정말 부끄럽고도 부끄러운 일이다. 솔직히, 선암사 문제를 놓고 조계종이 심한 공격을 해옴에도 불구하고 태고종이 이때껏 대응을 자제해온 것은 힘과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자칫하면 이 일이 국민과 불자들에게 또다시 큰 아픔과 상처를 주고, 우리 한국불교에도 치명상을 줄 수 있다는 염려와 우려에서이다. 이와 관련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지난 2월 5일과 8일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이제는 선암사 문제를 놓고 두 종단 간에 법정 소송을 멈추고 대승적 차원에서 조계종이 태고종에게 소유권을 통 크게 넘겨주었으면 한다”면서 “그래야만 두 종단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소송전으로 인한 피해 등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명한 판단이다.

사람에겐 ‘양심(良心)’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것은 이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도 바로 이 ‘양심’이라는 절대가치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승려인 본분에서 이 ‘양심’이라는 절대가치는 사람을 넘어 우주까지 가 닿는 절대가치다. 그 절대가치를 한 톨의 겨자씨보다 작은 지구로 덮을 수는 없다.

우리 모두 더 이상 불교와 교주인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욕되게 해선 안 된다. 한국불교는 우리 모두의 불교이자 우리 모두의 보금자리다. 누구도 그것을 독차지할 수는 없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판결도 그러한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초창기에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무엇인가. 화합이다. 또한 승가(僧家)가 무엇인가. 화합중(和合衆)이다. 이젠 더 이상 다퉈서는 안 된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법을 존중하고, 이타(利他)의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베풀어야 한다. 참고로 ‘이타’의 사전적 정의는 두 개가 있다. 첫 번째 정의는 ‘자기의 이익보다는 다른 이의 이익을 더 꾀함’이다. 두 번째 정의는 ‘(불교에서) 자기가 얻은 공덕과 이익을 다른 이에게 베풀어주며 중생을 구제하는 일’이다. 나부터 반성해본다. 과연 나에게 ‘이타정신’이 있는가. 우리 한국불교에 ‘이타정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소부경전』의 한 말씀이 생각난다.

“성내지 않음으로써 노여움을 이기고, 선(善)으로써 악을 이기고, 서로 나누어 가짐으로써 인색함을 이기고, 진실로써 거짓을 이겨라.”

오늘, 우리 모두가, 가슴 깊이, 새기고, 되뇌어 보아야 할 말씀이다. 선암사 문제로 더 이상 조계종과 태고종의 다툼이 없기를 바란다. 호명 총무원장 말씀대로 서로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선 불교적 정신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선암사는 우리 모두의 것이기에.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기에.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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