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무원장 선거를 잘 치러서 훌륭한 총무원장을 모시고, 종단 기강을 바로 세우고 종도들의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입니다.”“종단과 국가발전을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는 분, 언행이 일치하여 종도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분, 종단의 위계질서를 확립할 분이어야 합니다.”서울지방경찰청 법당 불상 탱화 점안의식 및 이전법회가 9월 9일 청사 14층에서 봉행됐다. 이날 점안법회는 구해스님을 비롯한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어산단이 영산재를 시연하는 가운데, 원로회의 부의장 덕화스님(서울 승덕정사 주지)이 증명으로 법어를 하며 법회를 시종일관 이끌었다. 덕화스님은 경승 활동만 올해로 22년째인 경찰포교의 산증인이다. 현재도 서울경찰청 경승실 고문으로 수십년 경찰포교의 생생한 경험과 지혜를 후임 승려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사 15층에서 14층, 좀 더 넓은 곳으로 법당을 이전하는 이번 불사에도 주상용 청장과 함께 덕화스님이 큰 기여를 했다. 법회를 회향한 덕화스님은, 독실한 불교신자로 불교발전에 헌신적인 주상용 청장에 대한 칭송과 이번 불사에 물심 양면으로 힘을 보탠 사부대중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함과 동시에, 태고종단이 경승활동 등 포교는 물론 대사회 봉사에도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강력한 지적을 했다. 덕화스님은 특히 최근 종단에 대한 우리사회의 여러 걱정들을 거론하며, 총무원장 선거와 관련해 종단이 거듭날 것을 주문했다. --종단은 최근 들어 종단 중흥발전을 위한 산고를 겪고 있습니다. 종단 안팎으로 여러 뜻있는 분들의 걱정도 많습니다.한국불교의 본맥인 우리 종단이 의연하고도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사필귀정, 제자리를 잡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래서 중생을 제도하고, 사회를 교화하는 승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것입니다. 비온 뒤 땅 굳는다는 자세로 종도 모두가 멸사봉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 여러 이해관계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경찰 조직에서 오랜 세월 경승활동을 하며 얻은 지혜는, 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즉 국민(중생)의 뜻과 아픔을 돌아보지 못하는 조직이나 단체는 결국 존속하지 못한다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우리 종단도 이를 명심하여 하루빨리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이번 총무원장 선거를 잘 치러서 훌륭한 총무원장을 모시고, 종단 기강을 바로 세우고 종도들의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입니다.--총무원장이라는 자리는 어떤 자리입니까.우선 총무원장이라는 자리가 그리 대단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후보들은 물론 전 종도가 깨달아야 합니다. 한 조직의 리더로서 중요한 자리기는 하지만, 위세를 떨치거나 종도들에게 군림하는 자리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불법승 삼보를 누구보다도 솔선해 섬겨야 하는 자립니다. 자세를 낮추고 하심(下心)으로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리죠. 어려운 자립니다. 이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위의를 흩트리고 모양새를 구겨가면서까지 유세를 벌인다면 이는 자가당착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당선된다면 당선되어도 권위가 바로서지 않습니다. 설사 낙선하더라도 ‘아름다운 패배’를 하리라는 각오와 결단이 모든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절차와 공정성을 준수하는 공명선거가 절실합니다. 혼탁한 양상을 벌이면 선거가 끝나더라도 종단 모습은 더 엉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후보가 종단을 바로세우겠다는 열망으로 나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기를 당부합니다.특히 종도들 간에는 원로회의가 현재 원로의원인 모 후보를 지지한다는 소문이 돈다는데, 이는 근거없는 억측이고 낭설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원로의원 그 누구도 내심 개인적으로는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있을지 몰라도, 원로의원으로서는 엄정 중립을 지키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힙니다.--어떤 분이 총무원장이 되어야 종단발전에 더 많은 도움이 될까요.첫째, 사심 즉 개인적 욕심이 없어야 합니다. 둘째, 모든 종무행정, 특히 금전 문제에서 투명해야 합니다. 셋째, 종단과 국가발전을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는 분이어야 합니다. 넷째, 언행이 일치하여 종도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굳은 의지로 종단의 위계질서를 확립할 분이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수행과 교화에 덕망과 능력을 갖춰 종도들의 역량을 아우를 수 있는 분입니다.현재 우리 종단은 위계질서가 너무 무너졌습니다. 일반 조직도 마찬가지지만 승가는 특히 아래는 위를 받들고, 위는 아래를 부축하는 위계가 바로서지 않으면 모두가 내가 최고라는 자만에 빠지기 쉬운 조직입니다. 위계가 무너진 원인이야 모두가 아는 일이지만 신임 총무원장은 특히 이 부분에 유념해 종단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것입니다. 또 신임 총무원장은 금전 문제에 특히 투명해야 합니다. 재정을 공개할 수 있을 정도로 맑게 일해야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돈 문제가 종단에 많은 걸림돌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삼보정재는 사부대중의 것이라는 인식이 절실합니다. 그리고 누가 총무원장이 되든 새 집행부에 능력있는 스님들이 많이 동참했으면 합니다. 내 문도니까, 선거 논공행상으로, 이런 인사 말고, 상대 후보측 스님이라도 애종심이 확실하고 실무에 밝으며 편향적이지 않은 스님이라면 편을 가릴 것 없이 두루 기용하는 탕평책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종도들의 더 많은 신뢰를 얻을 수도 있구요,한 가지 더 말한다면 비단 총무원장 뿐만 아니라 전 종도들이 ‘종단 내부 문제는 종단 내에서 해결한다’는 자세를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50여 년 수행 교화의 길을 걸으며 ‘승려는 서로 용서하고 자비를 베풀며 이해하고 포용하고 실수로 인한 허물은 덮어주고 하는 것’으로 알고 살아왔습니다. 곧 내 나이도 80인데 그동안 부처님 덕에 큰 과오없이 건강하게 살아 온 것을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공수래공수거, 우리가 안아주지 못할 허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집안 누군가의 잘못을 굳이 바깥사회에까지 알려서 누구에게 덕이 되고 득이 될 지, 저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좀 더 넓은 아량과 이해를 바탕으로, 바로잡을 일이 있다면 우리 집 안에서 풀고 해결하면 좋겠습니다. 바깥에까지 알린 분들도 나름 고충이 있겠지만, 암튼 안타까운 일입니다. 승려로 삭발염의 한 초심을 늘 새겨야 합니다. --태고종의 나아갈 길에 대해 말씀하신다면.길게는 태고종의 정체성을 확고히 잡고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정통 종단에 대한 자부심이 그 바탕입니다. 누가 뭐래도 종조 태고보우 국사의 정맥을 잇고 있는 우리들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종도들 간의 상하 수평으로 소통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한 제도정비도 필요합니다. 소통은 이해와 믿음이 바탕입니다. 신임 총무원장은 취임 즉시 종도 대화합을 위해 대사면 같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계질서 확립 방안도 마련돼야 합니다. 법계가 흐트러지는 일은 창피한 일입니다. 현재 바깥사회에서 우리 종단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 잘 알아야 합니다. 외면하고 회피할 일이 아닙니다. 내 탓이 아니라 발뺌할 일이 아닙니다. 전 종도가 각자 자기자리에서 수처작주 정신으로 내가 주인이고 주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자세로 발분해야 합니다. 각성해야 합니다. 교육제도 확립이 선결과제입니다. 교구별로 총무원으로 소집하여 일주일이면 일주일, 이런 식으로 면밀하고도 엄정한 교육제도가 확립돼야 합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이 급변하는 세상에 정체는 곧 낙오로 연결됩니다. 더욱이 교육제도 확립을 통해 젊고 패기있는 스님들을 많이 길러야 합니다. 여기에 종단의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상하가 소통하고, 능력이 인정되고, 권한과 책임이 분명하고, 계파 따위는 내던져버릴 수 있는 종단 풍토를 확실히 세워야 합니다. 특히 포교 교화 활동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종단을 걱정하는 원로스님의 당부는 끝을 모른 채 이어졌다. 애종심이 절절히 묻어난다. 대화합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옛날 어떤 큰스님은 공부 안하고 수행에 게으름을 부리는 제자를 불러 그 앞에 큰절을 하며 버릇을 고쳤단다. 후학들에게 좋은 종단을 물려줘야 한다는 게 덕화스님의 소망이자 원력이다. 국가유공자인 덕화스님은 그동안 5공부터 참여정부 때까지 5개 정부를 거치는 동안 민주평통 정책자문위원,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며 국가사회 발전에 앞장섰다. 이같은 공로로 대통령, 장관, 경찰청장 등의 감사패와 공로패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덕화스님은 이날 인터뷰 말미에서, 이번 불사에 수고를 많이 한 경승실 법경스님의 노고를 치하하길 잊지 않았다. 후학이 잘 되야 노장이 빛난다는 진리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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