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 종단은 수행가풍 진작과 구태 쇄신을 위한 태고산림 법회를 태고총림 선암사에서 봉행하였다. 이 자리에는 종정예하께서 증참하셨고 총무원장, 중앙종회의장을 비롯한 종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스님들 백여 분이 참석하여 한국불교계를 변화시키겠다는 원력과 책임을 되새겼다.

흔히 말하기를 지금 한국불교는 사상최대의 위기상황이라고 한다. 유아교육과 어린이 법회를 등한히 한 결과 타종교에 비해 청소년과 젊은 불자들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감소되었고, 교육과 사회복지에서도 그 역할이 미미하여 존재감마저 없다는 등 모든 분야에서 1700년 전통을 내세우기 부끄러운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그러한 이유가 한 둘이 아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무엇보다도 수행자를 표방하는 스님들이 진정한 수행자가 되지 못한 탓이라고 하겠다.
또한 더 나아가 과연 무엇이 자신의 근기와 처지에 맞는 수행인가 하는 개념을 정립하지 못한 채 막연히 좌선과 간경, 염불만을 수행의 으뜸이라고 여긴 탓도 있겠다. 그 결과 법난의 와중에서도 대승교화종단을 염원하며 종단을 이끌었던 선 조사스님들의 뜻을 제대로 이어받지 못한 채 발전보다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 일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에 천명된 ‘태고청규’는 모든 종도들이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고 닦아나가야 할 전통과 수행풍토를 재확인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칠정례로 간소화된 예불을 향수해례로 되돌리고 매월 포살과 자자를 정례화하며, 승가본분을 지키고 보살행을 실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애초에 예불 등의 의식을 간소화시킨 목적은 너무 번잡한 의식으로 인해 소모되는 시간을 아껴 다른 수행을 하자는 취지였을 터이지만 오히려 신심이 꺾이고 나태해지는 폐단을 가져오지 않았나 하는 것이 이번 청규 내용에 담겨있다고 보인다.

포살과 자자는 소속 교구별로 정례화해야 할 일이다. 우리 종단의 현실은 대부분이 개별사암을 바탕으로 생활하고 있어서 대중이 함께하는 경우가 드문데 이러한 법회가 교구별로 시행된다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됨은 물론 종단에 대한 소속감과 참여의식의 고취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승교화종단의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실천해야할 보살행이다. 그러나 이제는 보살행도 전문성을 가지고 특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복지 분야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지고 시설을 직접 운영하거나 스님이 직접 요리사로 나서서 급식에 나서는가 하면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 호스피스로서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경우가 그것이다.

종도 전체가 지켜나가야 할 ‘청규’를 만든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이를 생활화하고 거울로 삼아 자신과 주위를 비추어 보아야 한다.
종단이 청규를 제정한 것은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 일상에서 우리 스스로의 삶을 부처님 말씀에 비추어 되돌아보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종단은 그러한 여러 가지 수행이 이루어 질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방안을 제시하고 뒷받침하여 우리 종도들이 떳떳하게 태고종도임을 내세울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한국불교 장자종단으로서 태고종의 위상을 회복시켜야 할 소임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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