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불기 2557년 계사년을 접고 불기 2558년 갑오년 새로운 한 해를 맞게 된다. 매일 떠오르는 해가 새해라고 해서 달라질 까닭이 없지만, 세월을 매듭짓고 가르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새로운 각오로 시작하고 더 이상 늦기 전에 이루어야 하는 시점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종단은 2013년 올해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무지한 독재정권의 비호로 시작된 법난의 와중에서 종단의 이름을 빼앗기고 태고종조마저 부정당한 채 태고종이라는 종명으로 출범한 이후 이제까지 종단을 이끌었던 세대가 퇴진하고 개혁과 투명성을 내세운 집행부가 선택을 받았던 총무원장 선거를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기약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도약은 의욕과 계획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추진력과 전 종도의 뒷받침이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총무원 집행부는 종도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전에도 강조했듯이 종도들이 도산 총무원장을 선택한 까닭은 개혁과 투명성, 대단하고 끈질긴 추진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개혁의 내용을 구체화시켜 추진할 시간표가 제시되어야 한다.

종도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종단 부채의 발생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밝히고 해결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지난 2009년부터 개혁세력인 보우승가회는 종단부채의 심각성에 대해 조사하고 밝힌바 있다. 당시 총무원장을 비롯한 종단의 실세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명백하게 드러난 부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자신들이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이제 와서는 서로가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철저한 조사에 따라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교육 문제도 결코 쉽지 않다. 종립 동방불교대는 학인의 감소와 운영부실로 막대한 부채가 발생하여 존폐의 기로에 서있지만 누구도 책임을 통감하지 않은 채 오히려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총무원 집행부의 인사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인사에 대해서 말이 없을 수 없지만 각 교구 종무원장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통해 검증된 인사이니만큼 어느 때보다 우선은 믿고 맡겨주어야 할 일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종단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선 총무원 재정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종단의 재정은 종도들이 납부하는 의무금이 유일하다. 따라서 종단이 유지, 발전되기 위해서는 전 종도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종단살림을 위해 나서주어야 한다.

그러나 총무원이 종도들에게 막연하게 참여의식이나 애종심에 호소하는 것만으로 동참을 이끌어 낼 수는 없고 동참에 따른 이익을 주어야 한다. 종단이 종도들에게 줄 수 있는 이익은 무엇보다 종단의 청정하고 우리사회에 기여하는 이미지일 것이다. 종단의 이미지가 좋다면 종도들 역시 그 구성원으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이 높아져 자발적인 동참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종도들 또한 일단은 총무원을 믿고 살림에 도움을 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믿을 수 있을 때 참여하기보다는 단 한 두 번이라도 총무원의 어려움을 덜어준 다음에 그 결과를 지켜보아야 할 시점이다. 총무원이 재정적으로 어렵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말의 해’로 불리어지는 갑오년 새해는 우리종단이 전 종도의 성원으로 거침없이 달려 종단중흥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한 해가 되기를 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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