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단체이든지 그 단체가 성공하려면 그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집행부와 일반구성원이 서로 소통하고 협조해야만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소통과 협조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집행부가 선거라는 형식을 통해 선택되는 과정에서 내세우는 이른바 공약(公約)은 단체가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미래의 청사진을 화려하게 그리고 있지만, 한편으로 살펴보면 그 청사진이 화려할수록 일반구성원의 물적, 심적 희생과 노력이 그만큼 요구되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선택한 집행부가 약속된 일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두가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나서주어야 맞다.

한편 집행부는 모든 구성원의 여론을 경청하고 그들이 요구하고 기대하는 일들이 무엇이며 그 성취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새 총무원 집행부가 매달 기관장 및 시 도 교구 종무원장들과 소통의 장(場)을 마련하고 모든 재정 상태를 가감 없이 공개하기로 한 일은 매우 잘한 결정이라고 하겠다.

특히 대외적인 종단의 위상을 높인다는 생각으로 재정을 비롯한 종세(宗勢)를 부풀려 공개했던 관례를 깨고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밝혀 투명성을 제고하기로 한 일은 당장은 위상에 금이 갈 수도 있겠지만 종단의 자기도취와 분식(扮飾)을 지양하고, 현실의 솔직한 바탕에서 종단의 재도약을 이루고자 하는 집행부의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하겠다.

그간에 우리종단은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이어왔고, 한편으로 종세에 있어서 불교 제2종단이라고 자타가 인정하였다. 그러나 종세는 점차 약해져 세간에서는 제2종단의 위상을 이미 상실했다는 평을 서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종단이 위태로운 시점인데도 과거 집행부는 과대포장으로 종세를 포장하고 일반종도들 역시 사실을 알면서도 개인주의 내지는 패배의식에 빠져 현실을 외면하고 있지나 않아 왔는지 돌아볼 일이다.

어쩌면 우리종단은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있는지 모른다. 종단을 세우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이른바 7인방의 원로들이 퇴장하고 개혁과 투명성을 내세운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전혀 다른 참신한 비전으로 재도약하겠다는 결의에 차 있음을 종도들은 기대 반 염려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집행부가 아무리 굳은 의지로 종단을 재도약 시키고자 해도 종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이 없다면 태고종의 재도약은 한갓 부질없는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안으로 종도들이 종단발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할 것인가. 그 답은 오직 하나, 집행부가 종도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길 뿐이다. 따라서 이번 집행부가 소통과 종무행정의 투명성을 위해 열린 행정을 펴겠다는 것은 제대로 맥을 짚은 일이라 하겠고, 도산 총무원장스님이 직접 각 교구를 방문하여 종도들의 가감 없는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하는 것은 종단을 화합으로 이끌어 가는 계기라고 기대된다.

이제 일반종도들 역시 어차피 4년을 이끌어갈 총무원 집행부의 어려움을 이해하여 무관심 내지는 막연한 거부감을 떨쳐버리고 적극적인 의견개진과 아울러 십시일반의 심정으로 도울 것은 돕고 쓴 소리 할 것은 서슴지 않는 성숙한 종도의 자세로 나설 때 한국불교 정통종단으로 재도약하는 태고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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