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총무원장 집행부가 출범한 이후 첫 번째 각 기관장 및 시 도 교구 종무원장 확대 연석 회의가 10월 15일 열렸다. 이번 회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새로 출범한 총무원체제가 처한 현실과 대처방안, 그리고 종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우선 총무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재정부족 상태라고 한다. 전 집행부로부터 인계받은 운영자금은 겨우 한 달 치 경상비 정도이고, 당장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종단의 형편에서 차입이라도 해야 하겠지만 이미 신용불량 단체로 등록된 마당에 외부차입 또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 별도리 없이 금년 재정부족의 해결은 총무원 소임자들의 역량에 맡겨볼 도리 밖에 없다.

문제는 고질적인 재정부족을 해결할 항구적인 방안이다.
사실 우리종단은 기본 재산이 전무한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종단이 가진 재산은 종찰로 분류된 사찰일 뿐이고 그나마 종찰의 분담금은 교구종무원 운영비로 쓰일 뿐 총무원 재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종단의 수입은 오직 종도들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의무금 뿐이다.

현재 부과되는 의무금은 모든 종도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그 징수비율은 30퍼센트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총무원은 이러한 의무금을 적어도 총무원 경상비 정도로 인상하고, 아울러 법계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종무원장 회의에서 밝혔다.
일단 다른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총무원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 다만 문제는 의무금 차등 부과에 따른 대폭인상을 다수의 종도들이 이해하고 따라줄 것인 가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의 의무금은 웬만한 사람의 한 달 치 통신비 정도로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의무금을 제때에 납부하지 않고 수년을 미루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총무원 역시 종도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미납자에 대한 적법한 처리보다는 한꺼번에 납부해도 아무런 불이익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러니 종단의 가장 기본적인 수입원이 막힘은 당연하다.

법계에 따른 차등부과는 수년전부터 여론화되어 왔다. 갓 출가한 종도나 이미 기반을 갖춘 상위 법계를 가진 종도의 의무금이 차등됨은 원칙적으로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법계를 받을 당시에 이미 상당한 기여를 했는데 의무금을 높이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하고 종도들을 설득해야 한다.

물론 현 총무원 집행부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전 집행부가 일으킨 막대한 부채, 종법을 무시하고 해마다 치르다시피한 법계고시로 인한 법계 난발에 따른 위계질서 문란, 바닥난 채로 인수한 재정, 종도들의 무관심 등 최악의 총무원 상태를 누군들 모르겠는가. 그러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공약하고 나선 이상 부종수교의 서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종도들 또한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종단의 현실이 특정한 사람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간에 수없이 지적된 총무원의 잘못을 오히려 비호하고 무관심해온 과보가 현 상황이라고 할 때 모두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종단의 현실이 이처럼 어렵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확고한 애종심으로 의무를 다하는 3천 여명의 종도가 있다. 이들이 나서 줄 때 이정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가 아니겠는가. 다만 총무원이 종도들로 하여금 환희로 발심하는 계기를 마련함이 해결의 열쇠라고 하겠다.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