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유수와 같고 찰나와 같다고 하였던가. 지난 2009년 9월 22일에 중앙종회에서 선출됐던 인공 총무원장스님이 4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4년 전 운산 전 원장의 독단으로 인한 종단부채와 관련하여 혼미를 거듭하던 종단에 막중한 짐을 지고 인공스님은 제 24대 총무원장에 취임하였다.

인공 스님은 총무원장에 취임한 이래 종단을 새롭게 출발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종단의 최대 현안인 부채문제로 인해 종단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었다.

돈을 빌려준 금융권에선 부채해결을 못하면 압류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최후통첩을 하였다. 종단에서는 종단내부의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또 종단을 위해 사용되지도 않은 자금을 종단에서 갚을 수 없으므로 원인제공자인 운산 전 원장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결을 하도록 요구했고, 본인도 재임 시 발생된 일은 본인이 책임지고 다 해결하겠다고 장담하였으나 4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상황이다.

그 와중에도 인공 총무원장을 당선시키는데 뜻을 함께한 스님들이 총무원장을 탄핵하고자 종헌과 종법을 무리하게 개정해 혼란을 부추기고 탄핵까지 감행하였다. 이러니 인공 집행부는 제대로 정착을 하여 일을 하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들이 선출하여 수장에 앉혀놓고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탄핵을 하며 부원장 3인을 비롯 실·부장의 인준을 거부하였다. 이러니 종단이 제대로 운영이 될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정법은 살아있고 화엄신장의 부릅뜬 눈은 불의와 거짓을 용납하지 않았다.

내우(內憂)에 시달리면서도 전열을 정비하여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고 흐트러진 종도들을 규합하고 여론을 가다듬고 종단을 안정시키고자 노력한 결과 불완전하게 개정된 종법도 정리하였고 부채해결을 위한 노력도 하여 국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1심에서 승리를 하였다. 재단법인 태고원과 천중사 문제도 여러 차례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점차 해결의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잘된 일은 태고종의 자랑인 영산재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일이다. 이에 힘입어 ‘2010 G-20 세계정상회의 성공개최 기원 대법회’에는 2만여 명이 참석하여 종단의 세(勢) 결집을 대내외에 과시하기도 했다. 이 법회는 태고종이 한국불교의 제 2종단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불사였다. 2011년 유대교와 회교의 본산지라 할 수 있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개최된 ‘세계 댄싱페스티발 축제’에 초청되어 영산재가 700만 이스라엘인을 감동시킨 일은 우리 종단의 자랑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위를 크게 선양시킨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제25대 총무원장선거에서 3회에 걸쳐 총무원장 후보 초청 정견발표 및 공개토론회를 실시해 종도들로 하여금 후보들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도 제 24대 집행부의 성과 중 하나이다. 교계 언론에서도 태고종이 뭔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호평을 한 바 있다.

출범초기에는 우연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4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퇴임하는 인공 원장스님께 종도 모두 격려를 보내며, 차기 원장으로 선출된 도산스님을 중심으로 태고종이 진일보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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