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덕(강원교구종무원 총무국장)
제 25대 총무원장 선거가 막을 내렸다. 나는 한 달여 동안 기호 2번 백운스님의 선거운동원으로 열심히 뛰었다. 이제 새로운 총무원장스님이 선출되었으니 우리 종단도 현시대의 흐름에 맞게 발전되어가는 종단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한 달여의 지친 여정을 풀고 후보님들의 어깨띠를 풀고 말사로 돌아가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신도들의 마음도 추스르고 그간 열심히 도와준 운동원들의 몸과 마음도 위로해 주어야 할 것이다.

나는 선거운동원으로 자원봉사에 나서면서 한 달 동안 140여 사찰을 방문했는데 잊지 못할 일이 많았다. 방문한 사찰 모두가 인색하지 않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시어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스님들이 종단에 대한 기대감이 아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여러 질문을 하시는데 그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종도들의 마음이 하나로 집중돼 있다는 것과, 따라서 종단 간부님들의 책임이 막중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종단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들을 많이 하지만 그럴수록 종도들이 태고종에 거는 기대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난 과거를 하루빨리 청산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구태의연한 자세를 버리고 새 시대에 맞는 마인드와 행동을 보여주어 종도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사찰을 다니다보니 사찰에 소재한 문화재들 일부가 행정적 뒷받침이 없어 방치되고 변형되어 있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물론 잘 유지 보존하고 있는 곳도 많았다. 성보(聖寶)문화재는 단순히 물적 존재를 보존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에 깃든 정신과 신심까지 아울러 발현하게 해야 새로운 창조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성보문화재는 민족문화유산이기 전에 신심이 지극했던 조상들이 신심과 지혜와 기술을 융화하여 구현한 신앙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방치돼 있는 성보들에 대한 보존과 관리 방안이 빨리 마련돼야 하고, 민족 문화재 성보를 통해 불교문화와 사상에 대한 이해를 드높여 나가도록 이끌어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종단이 지난 시절 법난(法難)으로 인해 전통사찰을 대부분 빼앗겨 경관이 아름답고 빼어난 사찰, 문화재의 향기가 흐르는 사찰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아니었다. 경관이 빼어나고 전각의 배치가 수려하며, 문화재의 향훈이 배어있는 사찰이 많이 있었다. 200~300여 불자들이 수행하며 숙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찰도 의외로 꽤 있었다. 그러나 종도들은 잘 모르고 있고 홍보도 잘 안 되어 3사 순례를 할 때면 종단 사찰 보다는  타종단의 순례지가 더 각광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우리 종단의 사찰을 널리 알려 3사 순례나 방생을 갈 때면 태고종 사찰을 참배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총무원에서도 전담반을 구성하여 사찰 보유 문화재들을 조사 파악하고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할 것이고 보존 관리에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인 도움을 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각 지역의 중심인 교구종무원사를 가 보니 깨끗한 환경과 사무직원의 친절함, 그리고 한눈에 펼쳐진 현황판에 종도들의 진지함과 투명성을 엿볼 수 있었다. 각 교구가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총무원의 행정적 지원이 조화를 이룬다면 태고종단의 미래는 무한히 밝다고 생각된다.

요즘 승가에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으며 수행의식의 결핍과 사회적 역할의 부재, 조직구조의 난맥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막상 현지에서 부딪쳐보니 그렇게 심각하지 않으며 아직도 희망이 있는 것 같다.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도록 종단운영에 적극 동참시켜서 화합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면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을 집합체에 반영해서 한층 화합하는 종단, 참여하는 종단이 될 것이다.

현장에 가 보니 스님들이 깨달음의 목적을 중생구제에 두고 사찰 불사 및 복지사업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어 감동을 받았다. 노인복지, 무료급식, 교도소 방문 등 복지활동에 여념이 없어 정작 사찰은 비어 있는 곳도 많았다. 종단차원에서 얼마 안 되더라도 지원을 해주고 격려해 준다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되었다. 중생구제 보살행의 실질적인 실천인 복지사업을 확대하여 종도들이 능동적으로 복지사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미 진행중인 사찰에 대하여는 종단에서 적극 지원하면 좋을 것이다.

일부 스님들은 아직 복지사업이나 중생들에게 하는 포교법문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도 보인다. 불교적 관점으로 사회적 현안과 문제를 해결하고자 확고한 신념으로 사회의 고통을 함께 나눠야 이 시대가 요구하는 참 불교의 길이 되지 않을까 한다.

많은 사찰을 다녀보니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진 곳도 있어 너무나 슬픈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 모시고 저렇게 어렵게 사시면서 포교일선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한없이 서성거리다가 다시 들어가 부처님께 기도드렸다.“부처님, 여기 사찰스님 좀 편히 살면서 부처님 시봉 들게 해주십시오.”라고. 그리고 몇 번이나 간절하게 절도 올렸다. 종단이 빚 굴레에서 벗어나면 재정적으로 매우 열악한 사찰은 종단차원에서 살피고 마음이라도 아끼지 말고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 자원봉사자로 나서지 않았다면 우리 종단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많은 것을 느끼는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어두운 곳을 보면서 밝은 미래를 기대하며,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는 법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우칠 수 있었다. 아름다운 경쟁을 보여준 이번 선거에서 미비된 점을 보완해 다음 선거에 적극 반영, 태고종이 명실공히 불교계에서 모범이 되는 종단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상 덕(강원교구종무원 총무국장, 춘천 보현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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