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햇살 아래 5월의 축제가 시작된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그리고 17일은 만중생의 스승이시고 자부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날이다. 부처님은 인류에게 평안과 행복을 주시기 위하여 이 땅에 오신 것이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하여 절마다 형형색색의 등을 달고 거리곳곳에 연등을 달아 불을 밝히며 제등행진을 벌인다.

금년에도 서울에서는 동국대학교 운동장에서 연등축제를 하고 동대문을 거쳐 종로일대에서 제등행진이 벌어지는 장관이 연출된다.
연등축제의 기원을 더듬어보면 신라시대에는 국왕들이 경주 황룡사로 행차하여 연등(燃燈)을 간등(看燈) 하였다고 하며 고려시대에는 연등회는 팔관회와 함께 우리민족의 명절로 정착되어 국왕과 온 백성이 풍년을 기원하며 궁궐부터 시골까지 갖가지 화려한 연등을 밝히고 잔치를 열고 가무를 즐겼다.

조선시대에도 세시풍속으로 전승되어 거리 곳곳에 형형색색의 등을 달았으며 밤에는 온 장안의 남녀들이 등을 들고 나와 불꽃바다를 이루었고, 등으로 거대한 산과 같이 장관을 이룬 것을 구경하는 관등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도 꽃으로 장식한 탄생불을 모시고 관불을 하였으며 저녁에는 등(燈)을 들고 흰 코끼리를 앞세워 제등행진을 하였다고 한다.

해방 후에는 태고사 - 종로4가 - 을지로 - 시청 앞 - 안국동 - 태고사를 도는 제등행진을 하였고, 1975년 부처님오신날이 국가공휴일로 지정된 이듬해부터는 여의도광장에서 조계사까지 제등행진을 하였으며 90년대 들어서부터는 ‘연등축제’ 라 이름을 붙이고 동국대학교에서 동대문과 종로를 거쳐 파고다공원까지 제등행진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불교문화마당, 어울림마당(연등법회), 대동(회향)한마당 등 다채로운 행사가 추가되어 종합적인 축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연등축제 행사에는 불자들 외에도 시민과 타 종교인 등 매년 수십 만 명의 인원이 모이는 것으로 집계되며 특히 그 어느 축제보다도 많은 외국인들이 모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부러 해외에서 연등축제에 맞춰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그렇기에 연등축제는 한국불교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연등회에 참가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불교문화 포교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준비에 보다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고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 연등행사는 시각적인 홍보와 행사의 성격상 각 종단의 응집력도 함께 대외적으로 보여진다는데 중요성이 있다.

그런데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연등축제에 우리 태고종도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말로만 제 2종단을 외쳐봐야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권리와 존엄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소속된 단체의 위상이 중요하다. 종단의 위상이 초라하면 아무리 혼자서 뛰어야 빛이 나지 않는다. 연등회에 참가한 불자들의 행렬은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뜻을 사회적으로 돌아보게 만들며, 종단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특히 서울에서 행해지는 연등축제에는 각 종단에서 동참신도들뿐 아니라 사찰이나 신행단체에서 준비하는 장엄물도 엄청나다. 이번에는 우리 종단에서도 미리 준비하고 각 사암 주지스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신도들에게 많이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 권선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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