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과 더불어 각 급 학교가 개학하였다. 우리 종단에 속한 승가전문학교들 또한 새내기 신입생들의 입학과 재학생들의 강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종립대학인 동방불교대학의 경우 예년에 비해 입학생이 감소하고, 이는 여타의 종단소속 교육기관 역시 마찬가지여서 종단의 교육체계와 기관에 대해 시급히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한 해결방안을 강구해야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열악한 교육여건과 학인 개인들의 어려운 처지에서도 여전히 배우고 가르치고자 하는 종도들의 열정과 참여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부처님이 처음 설법을 하셨을 때 청중은 다섯 비구뿐이었으니 학인들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을 배우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굳은 서원(誓願)이 더 중요한 것이다.

사실 출가사문의 길을 택하기까지는 수많은 망설임과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삭발염의(削髮染衣)를 한다는 자체가 이제까지 살아온 세상의 모든 것들과의 단절을 의미할 수도 있고, 행색이 다른 만큼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이목이 못 견디게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기 마련이다. 이처럼 어려운 길을 가기로 작정한 출가자들이 바라는 것은 명확하게 성불(成佛)일 뿐이고, 만약 생계나 현실도피로 출가했다면 출발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하겠다.

성불의 길을 위해 출가한 진정한 사문이라면 반드시 거쳐야하는 과정이 기본교육이다. 승려는 기본교육 과정에서 습의가 이루어지고 대중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자질이 형성되는 것이어서 이른바 승려다운 생각과 행(行)을 갖추었다는 뜻으로 먹물이 들었다고 하고 장판 때가 묻었다고 하였다.
그런 이유로 옛 스님들은 세속의 학식이나 경력을 갖추었더라도 강원 4년의 이력을 마쳐야 스님으로 인정했고 비로소 사찰이나 종단의 소임을 맡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므로 개인의 사정을 뒤로 하고 우선 종단의 교육기관에 입학해서 학업을 시작한 학인들이야말로 제대로 된 승려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하겠고, 종단의 희망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승가교육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단의 역할이다. 터놓고 이야기 하자면 우리 종단이 이처럼 침체 내지는 위기의 상황이 된 첫번째 이유로 제대로 된 교육기관을 설립하지 않아 인재양성이 부족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상좌를 들인 후에 교육을 등한시해 제자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법사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가 일천한 다른 종단들이 4년제 정규대학을 설립한지 오래 되었는데, 정통성을 내세우는 우리 종단이 30년 넘은 종립대학을 아직도 비인가 대학으로, 그나마 겨우 명맥만 이을 정도라면 정통종단을 내세우기가 부끄럽지 않겠는가.

종단은 의무교육의 부담 때문에 출가자들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와 일부 타성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 휘둘릴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강력한 기본교육 종책을 시행해서 교육에 박차를 가하여 종단의 인재를 기르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사들의 자격을 규제하고 기본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승려들의 소임과 법계 등을 제한하여 한국불교태고종의 백년대계의 초석을 놓는 일을 무엇보다도 선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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