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에서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승려분한 신고와 사찰등록증을 갱신한다고 공고하였다.
부족한 인력으로 짧은 시간에 승려분한과 사찰 등록증 일제 갱신을 하자면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종단이 공신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확한 기초 통계자료를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 단체가 외부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한 척도는 그 단체가 가지고 있는 역량과 기본 자료가 얼마나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비단 외부로부터의 신뢰가 문제가 아니라 자체적으로도 정확한 통계자료를 가지고 있어야 서로가 믿음이 생긴다. 그동안 우리는 법난의 피해로 기존의 사찰을 다 빼앗기다시피 했다. 허허벌판에다 종단의 간판을 달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하여 사찰숫자라도 늘리고자 종단 소임자 스님들이 전국을 순회하면서 등록을 독려한 결과 태고종으로 등록을 하고 40년을 넘긴 지금 3000여 사찰과 8000여명의 법려를 거느린 대 종단으로 양적인 성장을 하였다.

그러나 무분별한 등록으로 인하여 생겨나는 폐단도 없지 않았다. 무속인들이나 역학을 생업으로 하면서 방편으로 부처님만 모셔도 사찰로 등록을 받아주고, 기본 자질이나 교육은 전무한데도 삭발염의만 하면 승려가 되다 보니 종도로서의 의무나 책임은 부족하고 개인주의나 호구지책으로 종단이 이용되는 면도 없지 않았다. 또한 등록만 되었지 관리가 제대로 안돼 사찰이 폐사되거나 탈종, 이사로 인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는 태고종의 종지종풍에 함께 하겠다는 굳은 신심과 애종심이 있는 사찰과 종도들만 함께 해야 한다고 본다. 원부상의 숫자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정확한 통계가 아닌 허수(虛數)는 종단에 정체만 가중시킬 뿐으로 오히려 종단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혹자는 승려의무금과 분담금을 충실히 잘 납부하고 있는데 왜 번거롭게 또 하게 하느냐고 말하는 분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실시하는 승려분한 신고와 사찰등록증 일제 갱신은 그동안 정체돼있던 종단의 기초 통계자료를 정확하게 다시 점검하자는데 목적이 있다. 아시다시피 종단의 근간이 되는 종헌 종법이 새롭게 개정됐고 이에 따른 종단의 행정도 많이 변화되었다. 변화된 구조에 맞게 새롭게 선출되는 총무원장 선거도 기존의 종회의원들만 선거권이 있는 게 아니라 교구종무원에서 선출되는 총무원장 선거인단에게도 선거권이 있다. 그러므로 사찰수와 승려(교임, 전법사)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 통계에 의해 총무원장 선거인단을 선출해야 하는 것이다. 

사찰과 승려 숫자만 많다고 대 종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웃 종단인 진각종이나 천태종은 적은 숫자의 사찰과 승려(정사)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하여 이제는 불교계 안팎으로부터 인정받는 종단이 되었다. 사찰수가 아무리 많아도 대 사회적인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으면 인정을 해주지 않는 것이 사회적인 분위기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정보와 새롭게 형성되는 문화 분위기속에 불교가 이 사회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으면 우리의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늦었지만 정확한 통계를 구축하고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와 애종심으로 재무장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승려분한 신고와 사찰등록증 갱신에 모두가 솔선수범 동참해야 한다.
전국의 각 시도교구종무원에서는 소속 사찰 주지와 법려들에게 이번 승려분한 신고와 사찰등록증 일제 갱신에 대한 취지를 정확히 인식시키고 공유하여 흔쾌히 동참하도록 노력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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