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이야기처럼 누구에게나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는 명절이 돌아온다. 일 년 내 농사를 잘 지어서 그 고마움을 조상님께 먼저 표하고 가장 좋은 음식을 조상님께 먼저 드리고 나서 후손들이 잘 잘 살겠다고 다짐하는 날이 바로 추석이고 추석 차례의 의미이다. 아마도 추석명절이 일 년 중 가장 좋은 날 일 텐데 ‘한가위만 같아라’고 희망하는 것은 어쩌면 넘치는 희망일지 모르겠으나 그만큼 추석에 기대하는 것이 많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3천여만명이 움직이고 7천만 겨레가 다 같이 쇠는 추석이 여러 모로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요즘은 추석이 명절이라서 ‘쇠는 날’이 아니라 휴일이어서 ‘쉬는 날’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추석 연휴기간에 관광지 교통과 숙박시설의 예약이 완료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이야기도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본디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추석은 대소가의 어른들과 아이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일 년 간 있었던 좋은 이야기는 나누고 나쁜 이야기는 줄이면서 서로의 친밀도를 늘리고 어려움은 해소하는 날이 바로 추석이라는 것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전 국민이 뭐라도 설명하지 않아도 같은 마음으로 자발적인 진행을 하는 행사가 추석과 설 말고 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중요한 행사이다. 우리 불교는 1천 7백여 년 전에 이 땅에 들어온 이래 민족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응동보화(應同普化)의 정신으로 교화하기 위해 민족의 명절과 민속을 불교의 의식 속에 편안하게 자리 잡도록 하였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불교의 의식과 민속을 둘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전 국민의 마음이 모이는 추석명절을 불교포교의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사찰과 불교단체 그리고 불자들을 중심으로 추석과 차례의 유래와 의미를 잘 알려주어야 한다. 추석은 ‘한가위’라 하여 예전에는 ‘한 가운데 날’의 뜻으로 쓰여 나라의 생산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길쌈을 통한 마을간 게임을 하여 이긴 마을이 기뻐 춤추고 노래하며 진 마을에서는 음식도 대접하며 슬퍼했다는 옛이야기에서 유래된 민족의 명절이다. 추석에는 다 같이 모여 가장 맛있는 음식을 조상님께 드리면서 햅쌀로 지은 송편을 올리고 가장 좋은 차(茶)를 올려서 드리는 제향(祭享)이기 때문에 그 이름이 차례(茶禮)이다. 따라서 차례(茶禮)를 지낼 때는 반드시 차(茶)를 올려야 한다. 그리고 일반 제사를 지낼 때처럼 조상님이 드실 시간을 드리고 후손들은 기다리는 시간을 그냥 의미 없이 기다리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에는 할아버지나 할머니 또는 다른 조상님께서 평소에 하셨던 말씀이나 어떤 어려움을 겪을 때 슬기롭게 해결하였던 사례 등을 이야기 해주어 자손들이 삶의 지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음식을 차리는 것은 조상님에게 좋은 음식을 올리되 고기와 생선 대신에 불교의 생명존중의 사상과 깨달음의 정신을 지향하는 채소반찬과 술이 아닌 차를 올리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패를 쓰는 방식도 일반적으로 유가의 전통에 따라 ‘학생부군(學生府君)’이나 ‘oo후인(后人)’,‘ㅇㅇ유인(儒人)’ 등의 단어를 쓰는 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엄부(先嚴父) 밀양박공 문수영가’나 ‘선엄부 청신사(淸信士) 박정진영가’,‘선자모(先慈母)수원백씨영가’나 ‘선자모 청신녀(淸信女) 백정진행영가’ 등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또 가족들을 중심을 하거나 가족들과 모이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하거나 명절에도 사찰에서 지내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으로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합동 차례를 지내주거나 템플스테이를 마련하여 가능한 한 평안하게 사찰에서 지내면서 몸과 마음으로 부처님과 불교를 접하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 송편 만들기, 차례지내는 법 등을 익히는 시간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한편, 여성들에게 노동의 양이 집중되고 남성들은 놀기만 하면서도 여성들을 종 부리듯 한다고 하여 ‘명절증후군’이라는 희한한 병이 돈다고 하니 이 또한 바로잡아주어야 한다. 일 년 내내 고생하는 남성들과 사랑하는 가족, 친지들을 위해 하루 이틀 동안도 고생하지 못한다면 정말 사랑하는 가족인가를 여성에게 반성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남성들도 마냥 먹고 놀기만 하면서 치우기도 여설들에게 밀어 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차림이나 설거지를 해 준다든가 아니면 빈 그릇이라도 설거지통에 넣어주는 마음의 배려가 있어야 ‘한가위의 보름달 같은 가족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어 부처님의 가르침 안에서 정말 행복한 명절 추석이 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사찰을 중심으로 불자들이 앞장서서 행복하고도 뜻 깊은 추석명절 차례지내기 프로그램을 운용하여 추석명절을 불교포교의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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