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은 광대무변한 불타를 설하는 경이다. 이 경에는 불타와 불타의 세계가 어떤 것인가를 밝혀주는 내용과, 인간이 어떻게 불타가 되어가며 불타의 세계를 어떻게 이루어 나아갈 수 있는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하고 있다. <화엄경>의 본질적인 내용은 보현행원(普賢行願)이라고 하는 보살도를 실천함으로써 성불의 길로 나아가는 주체적인 수행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보살행은 곧 여래의 성품으로서 중생으로 하여금 미망의 생존을 그치게 하고 중생 본연의 모습인 여래의 모습을 되찾도록 하는 새로운 여래 출현의 도인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행은 일체중생 누구나가 영원무궁토록 실천해 나아가야 할 생존의 모습이다. 따라서 <화엄경>의 보살도에서는 서원(誓願)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원은 보살도뿐만 아니라 <화엄경>의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로자나불의 세계는 중생의 업력과 보살의 행원이 불타의 위신력을 배경으로 하여 법대로 이루어지는 세계다.마치 허공과도 같이 빛깔도 형체도 없는 비로자나불의 세계가 오직 보살도를 통해서 현실에 구현된다는 것으로 <화엄경>의 중심사상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화엄경>은 보살도의 실천을 통해서 불타의 세계를 구현해 나아가는 것을 설하고 있는 경전인데, 보현행원으로써 보살도의 으뜸을 삼고 있다. 80화엄경의 보현삼매품을 보면 보현보살이 불국토의 성립, 여래의 출현, 일체중생의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삼매에 들었다가 정에서 나와 설법하여 일체의 모든 보살로부터 찬탄을 듣는다.보현의 신체모습은 허공과 같아 진여에 의지해 머무르나 국토는 아니다. 모든 중생의 하고자 하는 마음을 따라 일체와 같은 크기의 몸을 널리 나타낸다. 이처럼 보현행은 특정한 보살의 행이 아니라, 행덕이 수승하여 불타의 행덕과 같은 보살행이라 할 수 있다.십회향품에서는 금강당보살이 보살명지삼매에 들어갔다가 정(定)에서 나오자 십회향품을 설하는데 이제까지 닦아온 무량의 행을 중생과 정각과 실제에 통일하여 회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이것이 바로 대승보살의 행인 보현행인 것이다.보현행원품에서는 보현행은 제불여래의 가장 큰 서원이며, 이것을 깨달아 나타내 보이는 것은 모두 같은 보현이라 부른다고 하고 있다. 즉 보현보살이 수행하는 행이 보현행이 아니고 보현행을 닦기 때문에 보현보살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체중생을 구제하고 입법계의 덕을 얻을 수 있게 되며, 보살의 커다란 이타정신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절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체법에 매이지 않고 모두 중생에게 회향함과 동시에, 스스로의 행도 두루하여 여실하게 불타에게 공양하는, 그야말로 대승보살행이 바로 보현행인 것이다.입법계품 전체는 문수보살의 발원과 보현보살의 행원으로 법계에 들게되는 선재동자의 구도과정을 통하여 입법계의 법을 가장 구체적으로 나타내려는 의도로 편찬되었다고 보여진다.선재의 구법은 구체적으로 불세계를 구현시켜 나가는 여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화엄사상을 보살사상으로 규정짓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십지행을 대표로 내세우고 있다. <화엄경>의 보살행은 보현행에 의해 대표된다. 보현행이란 십주 ․ 십행 ․ 십회향 ․ 십지의 모든 보살행을 중생구제라고 하는 여래의 도에 입각해서 여래의 행을 행으로서 스스로 행하는 입장을 보현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여래의 행을 행하는 것으로서 여래의 나타남을 자신 스스로에게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엄경>에서 설해지는 보살도의 의의는 바로 일체의 불타를 공경 ․ 공양하고 일체의 중생을 구제하려 하는 보현행원에서 여래의 출현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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