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나라 임금의 외딸인 선광이라는 공주가 있었다. 그녀는 총명하고 그 용모가 단정하여 부왕과 왕비가 무척 귀여워하고 궁중에서도 모두들 사랑스럽게 여겼다.어느날 왕은 딸에게 말했다. “너는 나의 힘과 복에 의하여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과 존경을 받는구나”“아버지의 힘을 입어서가 아니오라 제가 지은 복이 있기 때문이옵니다”왕은 이 말을 듣자 화를 벌컥 내면서,“그러하다면 너한테 그럴만한 복과 힘이 있는지를 어디 시험하여 보여라”하고 당장 명을 내렸다. “이 성안에서 가장 헐벗고 굶주린 거지를 한 사람 데려오너라”왕의 명령이라 할 수 없이 가장 헐벗은 거지 한 사람을 데려왔다. 왕은 거지에게 딸 선광을 아내로 삼으라고 명령했다. “너의 복업의 힘이라 하니 장차 두고 보면 알 것이다”그러나 선광은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그 거지를 데리고 왕궁을 떠났다. 그녀는 거지인 남편에게 물었다.“당신에게는 부모님이 계십니까”거지는 대답하였다.“우리 아버지는 전에 이 성안에서 첫 번째로 손꼽히는 부자였지만 양친이 다 돌아가시고 나서는 나는 의지할 곳이 없이 이렇게 거지 신세가 되었소”거지의 처가 된 그녀는 남편을 데리고 옛 집터를 찾아가, 사방 여기 저기를 살펴 보았다.이때 흙더미 속에서 반짝거리는 것이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곳을 헤치고 보니 그것은 보물궤짝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팔아 그 터에 집을 짓고, 세간 살이며, 하인과 종들을 두루 갖추고 호화롭게 살기 시작하였다.왕은 딸의 당돌한 태도에 너무도 괘씸스러워 거지에게 딸려 보냈으나, 날이 갈수록 자기의 처사가 너무나 가혹했음을 후회하며 남몰래 아픈 마음을 견디고 있었다. 참다 못하여 측근인 신하에게,“내 딸 선광이 그동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도다”신하가 아뢰었다.“최근 아는 바로는 집과 재물이 왕궁의 생활 못지 않게 풍족하다고 합니다”왕은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감탄하여 말했다.“제가 선악을 지어 스스로 그 갚음을 받는다더니 과연 부처님의 말씀에는 거짓이 없구나”거지를 따라간 왕녀는 처음으로 남편을 왕궁에 보내어 왕을 자기 집으로 모셨다. 왕은 딸의 집에 이르러 과연 선광의 말이 옳은 줄을 알았다.왕은 부처님을 찾아가 물었다.“저의 딸 선광은 전생에 무슨 복덕을 지었기에 왕가에 태어났으며 몸에서는 빛이 납니까”부처님은 말씀하셨다.“과거 비바시불이 계실 때 <반두>라는 왕비가 있었소. <비바시불>이 열반에 드신 뒤, 그 왕비는 탑을 세워 부처님의 사리를 공양했고, 비바시불의 동상을 조성하고 나서 이렇게 발원하였소”“이 다음 세상에 내 몸에서는 금빛 광명이 나고 부귀를 누리면서 삼도와 팔난을 만나지 않게 하여지이다”왕이여, 그때의 왕비가 바로 오늘의 선광입니다. 그리고 때마다 가섭 부처님과 모든 제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공양하는데 남편이 들어와서 그것을 만류하였소. 그러나 그녀는 손님들이 맛있게 공양하도록 방해하지 말라고 하였소. 그 때의 남편이 오늘의 저 왕녀의 남편입니다. 남편은 아내가 대접하는 공양을 만류한 인연으로 항상 가난하게 살다가, 다시 공양을 허락했기 때문에 그 인연으로 복있는 아내를 만나 부귀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아내가 떠나면 다시 가난해 질 것입니다. 이와같이 선악의 업이 마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입니다.(雜寳藏經第二卷, 法頂一八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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