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직장생활에서 떠나 버리고 싶어하고, 어느 조용한 절에라도 가서 편히 생활했으면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하지만, 직장이 무엇을 하는 곳이냐는 것을 먼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은 생산하는 기관입니다. 생산기관을 통하여 내가 생산품을 공급하는 것으로써, 이미 보시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자기 직장에서 성실함으로써 보시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또한 직장의 규율을 잘 지키고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바로 지계요, 승진이 안됐다거나 월급이 적은 것을 참아 가는 것이 인욕입니다.그러나 의식적(儀式的)인 수행의 일과(日課) 또한 필요합니다. 원래 이것이 소용없다고 한다면 소용없는 것이지만, 우리는 오랜 세월을 너무 남들과의 다툼으로 지냈기 때문에, 내 자신 속에 잠재해 있는 상대적인 관념이 얼른 씻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의식(儀式)을 통해서 우리에게 잠재해 있는 상대적 ․ 대립적 ․ 투쟁적 관념을 없애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에서 말씀드린 신앙일과가 필요한 것입니다. 저녁에 가정으로 돌아가서는 그날 하루를 반성하고, 혹시 내가 나 자신을 대립세계 속에 집어 넣은 일은 없었던가, 나 자신이 유한의 세계 속에 허덕이는 하찮은 인간이라는 자기 모욕적인 행동을 취한 일은 없었던가를 반성해 봐야 합니다. 이러한 수행을 되풀이하는 과정 속에서 본래 부처님과 내가 하나이고, 우주 전체와 내가 하나이고, 나와 모든 중생이 따로가 아니라고 하는 사실이 확실히 인식될 것입니다.‘지금, 여기’를 떠난 휴식처나 도량이나 극락이 없음을 알게 되어, 나날이 즐겁고 보람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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