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華嚴經)>은 인도에서 이루어졌으나 사상적으로는 중국의 화엄가들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화엄사상은 곧 화엄종의 성립으로 구축된 사상의 총합이다. 화엄종은 지론종(地論宗)과 섭론종(攝論宗)의 학설을 받아 들이고 당 초기에 현장이 전한 유식불교의 자극을 받아서 성립된 것이다. 중국의 화엄사상 형성의 기반이 된 것은 불타발타라 역의 <육십화엄>이다.두순(杜順)은 화엄종의 초조로 여겨진다. 두순은 <화엄경>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조직하였다기보다는 실천을 중시하였다. 그는 <화엄경>을 독송하고 궁극적인 보살행으로서의 보현행을 닦을 것을 중시하고 이를 실천하였다.지엄(智儼)은 중국 화엄종의 제2조라 불리며, <화엄경>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화엄가였다. 저서로는 <화엄공목장(華嚴孔目章)>, <오십요문답(五十要問答)>, <일승십현문(一乘十玄門)>, <육상장(六相章)>, <수현기(搜玄記)>등이 있다. 이 가운데 <수현기>는 60화엄의 주석서이다.법장(法藏)은 현수(賢首)국사라고 불리는데 화엄교학의 체계를 완성한 사람이다. 17세에 법을 구하여 태백산에 들어갔다가 후에 지엄이 운화사에서 <화엄경>을 강의하는 것을 듣고 그의 문하에 들어갔다. 법장은 실차난타가 80권 <화엄경>을 번역할 때 참여했으며, 이를 강의하기도 했다. 장안(長安) 4년에는 측천무후를 위하여 장생전에서 십현육상(十玄六相)의 교의를 금사자에 비유하여 설했는데 이것이 <화엄금사자장(華嚴金獅子章)>이다. 법장이 남긴 저서로는 <화엄오교장(華嚴五敎章)>, <망진환원관(妄眞還源觀)>, <탐현기(探玄記)>, <유심법계기(유심법계기)>, <화엄지귀(華嚴旨歸)>, <화엄경전기(華嚴經傳記)> 등이 있다.청량대사 징관(澄觀)은 화엄교학뿐만 아니라 천태(天台), 율(律), 선(禪) 사상은 물론 불교 이외의 사상에도 정통했다. 그는 화엄의 법계연기(법계연기)의 교의를 사종법계(四種法界)로 체계화했으며, 모든 종파를 융합하려는 입장에서 화엄사상을 전개해 나갔다. 그는 <화엄경수소연의초> 80권을 저술했는데, 이는 80화엄의 대표적인 주석서이다. 이외에 저서로 <삼성원융관(三聖圓融觀)>, <법계현경(法界玄鏡)> 등이 있다.다음 종밀(宗密)은 중국 화엄종의 제5조로서 처음에는 유학을 배우고 이후에 도원(道圓)에 의해 출가하였다. 그는 특히 <원각경(圓覺經)> 연구에 몰두하였다. 저서에는 <원각경>의 주석서인 <원각경대소>, <원각경대소초>와 <원인론(原人論)>, <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詮集都序)>, <선문사자승습도(禪門師資承襲圖)> 등이 있다. 종밀은 불교의 입장에서 유교와 도교를 명확히 사상적으로 정립시키고, 징관이 주장한 교선일치(敎禪一致)설을 완성시켰다.징관과 종밀에 의해 화엄교학은 거의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회창폐불 이후 화엄사상은 점차 쇠퇴해갔으며, 중흥의 교주라 불리는 송대의 정원(淨源)을 선두로 대부분의 사상가들은 징관이나 종밀의 교학을 연구하고 주석을 달 뿐 독자적인 사상체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신라 때 주목할 만한 화엄사상가로는 자장과 의상(625-702)이 있다.자장은 신라 선덕여왕 5년(636년)에 입당했다가 643년에 귀국해서 화엄교학과 화엄신앙을 홍포했다. 의상은 중국 화엄종의 제2조인 지엄 문하에서 수학한 후 귀국해서 10대 제자를 양성하고 화엄십찰을 건립하는 등 화엄사상의 홍포에 크게 기여했다. 그가 지은 화엄일승법계도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연구 전승되어 오고 있다.고려 시대의 화엄사상가로는 균여가 있다. 그는 일승법계도원통기를 지었다. 보조국사 지눌은 화엄론절요를 지었다. <화엄경>의 중심사상으로서는 먼저 ‘여래출현’을 들 수 있다. 여래출현은 다른 번역으로 ‘여래성기(如來性起)’라고 한다. <화엄경>에는 삼세에 걸쳐 시방국토에 편만하여 중생을 위해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여래가 밝혀져 있다. 이 여래는 법신으로서 어떠한 모습도 가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항상 중생과 관련을 가지며 거기에 응하여 끊임없이 작용하며, 또 하나 볼 수 있는 형태인 색식으로서 무량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화염경>은 ‘대방광불(大方廣佛)’을 설하는 경이다. 부처님의 지혜와 복덕, 원력과 자비, 신통과 위신력 등이 무한히 크고 반듯하고 너르다는 것을 담고 있다.<화엄경>의 대방광불은 온 우주 법계에 충만한 변만불(遍滿佛)로서 모든 존재가 비로자나부처님의 화현 아님이 없다. 개개 존재가 고유한 제 가치를 평등히 다 갖고 있으므로, 여래의 지혜인 여래성품이 그대로 드러난 존재인 것이다. 이를 여래성기 또는 여래출현이라고 한다.화엄경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마가다국의 보리도량에서 깨달음을 이루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이후에 전개되는 중중무진의 화엄의 세계는 바로 깨달음을 이룬 사실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석가모니 부처님은 깨달은 자리, 바로 그곳에서 선정에 들어가 비로자나불이라고 하는 대법신의 모습을 나타내셨다. 그리하여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히 존재하는 진리와 체를 같이하는 보편적인 불타의 모습, 즉 여래로 되신 것이다. 그리하여 우주에 가득 차 계시어 무량한 세계에서 영원토록 법륜을 굴리시면서 중생들을 제도하고 계신다.<화엄경>에서는 위와 같은 대방광불의 세계를 문수, 보현보살을 위시한 제보살들이 설하고 있다. 비로자나불의 본원력과 위신력 그리고 보살 자신의 선근력으로 삼매에 들어 부처님의 지혜를 성취한 보살들이 부처님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화엄경>에서는 부처와 보살, 보살과 중생, 중생과 부처가 다르지 아니함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체 존재가 비로자나 아님이 없으므로 기세간 역시 여래출현의 모습인 것이다. 이를 융삼세간불이라 한다.의상은 우리 범부 중생이 그대로 부처라는 것을 법성성기로서 예부터 부처라 하였다. <화엄경>은 불세계를 교설한 것으로, 부처님 세계는 예부터 본래 부처인 중생의 원력에 의해 이 땅에 구현됨을 밝혀준 것이다.중생이 본래 부처이지만 그러나 중생은 자기가 바로 부처인 줄을 모르기 때문에 신심과 발심이 필요하다. 신심이란 자기가 부처인 줄을 확실히 믿는 것이다. 이 신심을 성취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게 되고, 처음 발심할 때가 바로 깨달음을 이루는 때이다.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