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할 것은 부부로서의 만남에는 깊은 인연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깊은 인연으로 이루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어떠한 외부적 조건이나 이유로도 두 사람은 갈라질 수가 없습니다. 물론 각자의 자유는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든지 스스로 행복을 창조할 절대적 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부부 사이를 떼어 놓지는 못합니다. 비록 몸은 둘이지만, 생명은 하나이기 때문입니다.이러한 한 생명으로서 앞으로 살아가는 것이므로, 이제까지 혼자만의 생각으로 행동하던 자세는 고쳐야 합니다. 결혼 후에 달라져야 할 내용이 바로 이것입니다. 서로가 한 생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한 생명의 성장을 도모하는 생활로 접어드는 것입니다. 서로 섬기고 ․ 아끼고 ․ 위하고 ․ 주되, 결코 대가를 바라서는 안됩니다. 오직 베풀 줄 아는 자세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내 손이 스스로의 얼굴 ․ 머리 ․ 발 등을 다 씻어주고 만져 주되, 결코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어떠한 일에나 원망 ․ 불평을 품어서는 안되고, 오직 줌으로써 얻는 기쁨을 양식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부부 사이에선 이 주는 기쁨이 날로 커가야 하는 것입니다. 얻는 것을 좋아하는 자세에서 탈피하여, 주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바로 결혼입니다. 또한 부부의 앞날엔 부처님의 공덕이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두 사람의 앞길에 부처님의 크신 위신력이 비춰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축복된 은혜가 결혼에 부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은혜가 있음을 믿고, “우리 앞길은 밝고 희망차고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가는 길은 부처님께 축복받은 길이다”는 신념을 가지고, 희망과 용기로써 결혼생활을 영위해야 하겠습니다.설혹 눈 앞에 뜻에 맞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지라도, 그 일이 두 사람의 길을 가로막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굴하지 않고 전진하면, 마치 햇살 앞의 어둠처럼 모두가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그 어둠은 과거의 나쁜 인연이 사라지는 것이며, 동시에 새로운 힘과 은혜와 능력을 갖추는 계기를 마련해 줄 뿐입니다. 시간적으로는 전생으로부터의 인연이지만, 공간적으로는 부모 ․ 친척 ․ 이웃 등의 수많은 인연으로 부부는 존재하는 것이니, 이 모든 인연을 잘 회향시킬 사명을 부부는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인연을 조화 ․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바로 결혼생활의 수행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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