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을 오시팔교로 교판하고 제5시와 일승원교에 속하는 [법화경]의 절대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세운 독자적인 교설이 천태의 사상체계이다. 천태교학은 존재의 양상을 밝히고 있는데, 그 근본적인 세계이론으로 일념삼천사상을 내세울 수 있다. 일념삼천이란 일념은 한순간 혹은 일찰나의 한 마음을 의미하는데, 그 일념 가운데 삼천의 세계가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불교에서는 윤회하는 고통의 세계를 6도로 보고 있다. 지옥 ․ 아귀 ․ 축생 ․ 아수라 ․ 인간 ․ 천상의 여섯 세계이다. 이 6도를 벗어난 곳이 깨달음의 세계로서, 대승불교에서는 성문 ․ 연각 ․ 보살로 나누고 있다. 이 성문승 ․ 연각승 ․ 보살승의 삼승 위에 천태는 불승인 또 하나의 세계를 더하여 열 개의 세계를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10계는 각각 별개의 세계가 아니라, 각 세계에 다른 10계가 갖춰져 있다고 한다. 이것이 십계호구 사상이다. 말하자면, 우리 인간에게는 그 자체 가운데 인간뿐 아니라 지옥 ․ 아귀 ․ 축생 ․ 수라 ․ 하늘 그리고 성문 ․ 연각 ․ 보살 ․ 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보면, 화가 나서 싸울 때는 수라세계의 중생과 같고, 어느 때는 보살과 같은 대자비심을 일으켜서 이웃을 돕기도 한다. 순간순간 그 마음이 달라짐을 발견할 수 있다.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착한 마음과 똑같이 악한 마음이 내재해 있고, 아무리 악한 인간이라도 악심과 동시에 선심이 있다는 뜻이다. 가능성으로서 10계를 다 갖고 있다. 이처럼 지옥계에도 그 가체에 불계까지 존재하고, 불계에도 지옥계까지 10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십계 상호간에 십계가 갖춰지므로 백계의 세계가 이루어진다.이 백계에 십여시가 덧붙여져서 천세계가 된다. 십여시(十如是)란 [법화경 방편품]에 나오는 여시상(女是相), 여시성(女是性), 여시체(女是體), 여시력(女是力), 여시작(女是作), 여시인(女是因), 여시연(女是緣), 여시과(女是果 ), 여시보(女是報), 여시본말구경(女是本末究竟)을 말한다. 온갖 법은 이러한 외면의 형상, 내면의 본성, 사물의 주체, 잠재적 힘과 작용, 구조, 직접적 원인, 간접적 원인, 직접적 인의 결과, 간접적 연의 과보, 그리고 이 형상에게 결과까지를 궁구하는 평등원리 등 십여시를 다 갖추었다는 것이다. 이 일천세계에 다시 삼종 세간을 곱하여 삼천세계가 나오게 된다.일념삼천이란 삼천세계가 한 순간의 우리의 마음에 갖춰 있다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순간 순간의 일념 가운데 삼천세계가 갖춰 있다는 뜻이다. 이 의미에서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이다. 우리는 이처럼 무한한 자유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이와 같이 불계에도 지옥세계에도 갈 수 있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여기서 불타의 방향으로 발돋움하는 것으로부터 체계적인 실천방법인 지관사상이 나오는 것이다. 이 지관의 방법에는 삼종지관(三種止觀)이 있고, 그 대표적인 원돈지관(圓頓止觀)에는 사종삼매(四種三昧), 십승관법(十乘觀法), 일심삼관(一心三觀) 등의 정수행과 이십오 방편(二十五 方便)의 방편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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